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호황기를 누린 정유·화학 업종의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13개 증권사 중 10개 증권사가 정유·화학 업종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 또는 부분적으로 중립을 제시했을 만큼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올해 상반기 중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영향으로 부진하며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정유·화학 업종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함께 장기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유가 하락과 함께 유화제품 가격도 하락하면서 정유·화학 업종은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정유업종…하반기 반등 실마리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단기 반등했지만 상승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만큼 정유업종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응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정유 시황은 최악의 국면이지만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상승, 수요증가에 의해 점차 안정을 찾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역대 최대 수준인 하루 220만배럴 감산에 나서고, 미국과 유럽은행들의 자금 부족으로 중동·중국 등의 정유 공장 건설이 취소되는 등 공급과잉도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차홍선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제품 제조원가가 과거 대비 현저히 높아져 있어 추가적인 제품가격 하락을 저지할 것"이라며 "더불어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수요가 회복되면 내년 2분기부터 제품가격 마진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업종…하이브리드화학이 대안

지난해 화학업종지수는 35% 떨어져 코스피지수(-39%) 대비 선방했지만, 올해에는 이마저도 불안해보인다.

백관종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화경기는 바닥국면에 도달했다"며 "이제 시작된 바닥경기는 앞으로 몇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종의 반등 실마리는 무엇보다 수급균형이지만 세계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3.4% 증가에서 올해 1.9% 증가로 둔화될 전망이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화학제품 소비 부진, 중동·중국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 급증에 따라 화학제품 가격은 향후 1~2년 동안 약세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순수석유화학업종과 달리 하이브리드카 전지, 폴리실리콘 등의 하이브리드화학업종에 대해서는 밝은 전망이 제시됐다.

김영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업체들은 구조 다각화를 위해 하이브리드화학산업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화학의 주요 부문인 태양광, IT광학용필름, 발전산업은 향후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했다.

◆추천종목…LG화학, SK에너지

침체기를 맞은 정유·화학업종이지만, 그 중 업종대표주들은 높은 경쟁력과 수익 안정성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추천을 받았다.
특히 LG화학과 SK에너지를 최선호주로 꼽은 증권사가 각각 8곳과 6곳으로 제일 많았다.

백관종 애널리스트는 "두 기업은 국내 화학 및 정유부문에서 각각 리딩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확고하게 확보하고 있고, 사업부문이 다각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면서 "주가도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신은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LG화학을 최선호주로 추천하며 "올해 대부분 화학업체의 감익이 예상되므로 이익의 상대적인 안정성에 무게를 뒀으며, 규모의 경제, 시장점유율, 제품다각화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또한 올해 하이브리드카 전지, 폴리실리콘 등 신사업 진출에 따른 성과가 기대됐다.

SK에너지는 인천 중질유분해시설(HOU) 등 꾸준한 고도화시설 확충으로 인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으며, 석유개발 부문의 생산량 증가로 타사 대비 차별화된 이익구조가 강점으로 꼽혔다.
<2009 증시 대전망>③ 정유·화학업종…바닥 다지는 한해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