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심상치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리인하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국제유가는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8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가 계속해서 오를 경우 글로벌 경제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런 유가의 강세 행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14일 대신증권은 "작년 이맘때 수준의 원유 재고량과 금리인하가 확실시될 정도의 미국 경기 둔화 우려를 감안할 때 최근의 유가 상승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우려할 법도 하지만, 유가 상승의 원인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강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이 증권사 박주환 선임연구원은 "수요 측면이 원인이 된 가격 상승은 경기 상승을 반영하는 부분이어서 대체로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가치가 상승한 유가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게끔 하는 유인이 된다면서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에 접어들었다는 점 등에서 유가는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신영증권의 이승우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그리 쉽게 안정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OPEC이 하루 50만 배럴의 증산을 결의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

그는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선 충분한 증산이 필요한데 OPEC이라는 곳간에서도 인심이 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달러 약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후퇴되든 연방금리가 인하되든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OPEC의 후한 인심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계절성에서 다소 벗어난 최근의 유가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처럼 유가가 강세를 보일 경우 본격적인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한 금리인하 카드를 쓰기가 힘들어져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승우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인플레와 성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인하쪽에 무게를 뒀다.

이 연구원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는 시장의 기대를 어느 정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고, 정책적 대응 시기를 놓침으로써 잃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시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