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주식을 들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DR(주식예탁증서) 나스닥 상장을 이용한 외국인투자자의 약삭빠른 차익거래(Arbitrage)로 큰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외국인에게 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먼저 웹젠의 DR 공모에 앞서 공모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국내에서 원주를 내다팔아 주가를 하락시켰다.


공모를 통해 원주보다 싼 가격에 DR를 받은 외국인은 이어 원주와 DR간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짭짤한 재미를 보게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DR가격 약세에 따라 웹젠 원주 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가 급락이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차익거래=17일 코스닥시장에서 웹젠 주가는 전날보다 7.92%(1만1천4백원) 급락한 13만2천6백원에 마감됐다.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며 사흘째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6만3천여주(85억원)를 처분,순매도 1위에 올려놨다.


이날 웹젠 주가를 끌어내린 결정적인 악재는 미국에서 날아든 DR가격의 급락이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처음 거래된 웹젠의 DR는 정규장에서 시초가(11.17달러)보다 10.47%(1.17달러)나 급락한 10.0달러로 마감됐다.


웹젠은 국내 원주 1주당 10주의 DR를 발행했다.


발행된 DR와 원주는 각각 8백70만주와 87만주다.


전날 환율(1천1백82.8원)로 계산한 웹젠의 DR가격은 1만1천8백28원.원주와 DR전환비율(1대 10)을 감안하면 11만8천2백80원이다.


이는 원주의 전날 종가인 14만4천원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DR를 국내 원주로 바꿔서 비싼 값에 내다팔고 다시 싼값으로 DR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국인이 이에 앞서 지난 15일과 16일 웹젠 원주를 1만7천여주와 3만6천여주 순매도한 것은 DR 공모가를 낮추려는 속셈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저가매수 기회인가=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웹젠 주가 급락은 '싼값에 우량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송준덕 삼성증권 연구원은 "DR와 원주 사이의 차익거래에 따른 가격교란이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주가 급락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노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차익거래로 단기적으로 국내 원주가 DR가격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DR발행으로 1천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된 데다 다가올 겨울방학은 게임업체의 최대성수기인 만큼 주가가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결국 펀더멘털로 주가가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자라면 지금 매수해볼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준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DR발행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감소 현상과 초과발행옵션에 따른 추가 매물부담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 '중립'의견을 유지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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