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매매 위주 영업에서 과감하게 탈피해라.' 대형 증권사들의 올해 경영 화두다. 삼성증권 LG투자증권은 영업직원의 업적평가를 주식매매 약정으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브로커리지하우스(증권중개회사)로 남아 있을 경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이 최근 펀드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보이면서 이 같은 위기감은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사들이 위탁매매,간접투자상품판매,재테크 컨설팅 등을 아우른 '종합자산관리(wealth management)서비스' 위주로 조직체계를 바꾸는 것도 이런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천수답 경영의 한계=국내 증권업은 시황산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떼돈을 벌고 하락장세엔 불황에 시달리는 '천수답'구조를 갖고 있다. 주식매매에 따른 약정위주의 영업구조 때문이었다. IMF위기 이후 증권사들은 수익증권(펀드) 판매,기업금융(IB) 등으로 영업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긴 하지만 업계 1위인 삼성증권조차 현재 위탁매매 수입이 전체 영업수익의 50%를 차지할 정도다. 특히 온라인 거래가 확산되고 증권사간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탁매매 수수료는 IMF 이전 0.5%에서 0.18∼0.025%까지 떨어졌다. 증시가 앞으로 호황세를 누려도 과거 같은 대규모 이익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이래서 나온다. 증권사의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펀드 시장도 은행에 잠식당하고 있다. 불과 2년여 만에 펀드 시장의 14%를 은행에 빼앗겼다. 대우채 환매조치 등으로 잃어버린 고객 신뢰도를 감안하면 은행권의 펀드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란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증권사의 환골탈태=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올해부터 영업직원의 평가 및 보상기준을 약정으로 하지 않고 고객의 수익률과 자산규모 고객관리 등으로 바꿨다. 또 주식과 펀드판매를 통합한 FA(파이낸셜 어드바이저) 직군을 신설했다.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삼성증권이 약정 감소로 회사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 같은 대대적인 개혁조치를 취한 것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LG투자증권도 최근 자산관리(웰스매니지먼트)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국 주요 요지에 마련된 웰스매니지먼트센터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뿐만 아니라 발행어음 CMA 등 확정금리형 상품까지 취급,고객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인 PB(프라이빗뱅킹)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한투증권은 입출금,주식매매,펀드투자,보험가입,세금납부 등을 한 계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증권종합계좌를 만들어 부유층 고객을 집중 파고들 계획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조만간 도입될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대비해 자산관리업무를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