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을 거듭하던 종합주가지수가 반등세를 보이자 한동안 증시를 떠났던 '왕(王)개미'들의 '증시 U턴'이 가시화되고 있다. 증시에서 당장 굴릴 수 있는 가용 현금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이들 큰손들은 현 장세가 금융실명제나 외환위기 직후, 9.11테러 사태 등에 버금가는 좋은 매수타이밍으로 보고 있다는게 증권사 일선지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소나기처럼 퍼부어대는 정부의 부동산안정 대책도 큰손들의 움직임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증권 강동지역의 한 지점 관계자는 "현금 자산만 1백억원에 이르는 거물급 고객이 현 시점을 바닥권으로 판단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투자상담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고객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70억원 가량의 주식을 매입해 대세 상승기였던 99년 판 뒤 지금까지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그가 빠질만큼 빠졌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진짜 바닥에 이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G증권 계양지점의 한 고객은 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1일 하루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3억원어치 샀다. 이 지점 관계자는 "금융실명제 직후나 9.11 테러사태 등 폭락장 때마다 저점 매수해 큰 재미를 본 투자자"라며 "삼성전자 목표가격을 45만원으로 잡고 조정때마다 추가 매수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증권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종합주가지수가 '5'자를 보이자 가용자산 30억원 이상인 큰손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기관성 자금이 재유입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향후 증시의 수급은 외국인과 함께 개인 매수세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