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닷새만에 소폭 하락했으나 1,200원대는 지지했다. 장중 대체로 1,200원을 경계로 시소했던 환율은 1,200원 밑에서 저가매수가 지지대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박스권 횡보세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진단된다. 달러/엔 환율이 117엔대로 하락해 달러/원의 내림세를 유도했지만 두 통화간 속도감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20원 근처에 다시 육박했다. 수급상황이 달러/엔 환율과의 괴리를 유발하고 있다. 이날 지난주 외국인 주식 순매도분 역송금수요가 유입되고 정유사의 결제수요가 꾸준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전자업체 네고물량이 고점에서 출회, 반등을 제한했다. 시장에 뚜렷한 이슈가 없는 가운데 1,200원을 둘러싼 공방은 연장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70원 내린 1,200.70원에 마감했다. 이날 고점은 1,201.90원, 저점은 1,195.00원으로 환율 하루 변동폭은 6.90원을 가리켰다. ◆ 좁은 거래범위에서 치고받기 = 일정 레벨을 놓고 매매가 치고받으면서 환율은 '탈출구없는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역내 수급은 아래쪽을 탄탄하게 받치는 반면 대외 여건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달러/엔은 다시 아래쪽으로 추세를 잡고 있으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기는 매 한가지. 은행간 거래도 좁은 범위에서 포지션 이동이 잦은 탓에 순간적인 수급의 변동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1,200원은 저울의 중심축으로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1,200원 밑에서는 저가매수가 꾸준히 있고 고점에선 여지없이 네고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은행권도 좁은 범위에서 거래를 만들 뿐 방향성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급이 기울지 않는 가운데 결제수요가 포진하면서 시장심리는 최근 아래쪽을 단단하게 받친다"며 "내일도 특별한 요인이 없으면 1,200원을 중심으로 위아래 5원 정도의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조금만 올라가면 네고물량과 달러/엔이 제한하고 아래로 밀면 정유사나 역외매수세가 버티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정유사에서 유가가 오르니까 헤지개념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공급우위가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달러/엔 하락에도 불구, 괴리감이 확대됐다"며 "내일도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1,196∼1,204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달러/엔 117엔대 하락 = 달러화가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이 117엔대로 내려섰다. 전날 뉴욕 휴장으로 런던에서 118.13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117.80엔을 지지선으로 한동안 118엔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달러/엔은 그러나 이날 뉴욕 주가와 공급관리기구(ISM)제조업 지수 발표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런던에서 낙폭을 확대, 117.46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엔은 오후 4시 58분 현재 117.58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원화가 엔화 강세 속도에 못미친 탓에 100엔당 1,020원대에 올라섰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38억원의 주식순매수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2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틀 내리 순매수를 기록,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장중 저점이자 전날보다 7.40원 낮은 1,195.00원에 하루를 연 환율은 이내 급하게 낙폭을 줄이며 9시 34분경 1,200.70원까지 올라섰다. 한동안 1,200원을 축으로 횡보하던 환율은 9시 52분경 1,198.10원까지 밀린 뒤 저가매수세로 소폭 반등, 1,199∼1,200원을 오르내렸다. 이후 환율은 역송금수요 등이 유입, 11시 9분경 1,201.50원까지 상승한 뒤 전자업체 네고에 밀려 1,200원을 둘러싼 공방을 재개한 끝에 1,200.1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200.1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이내 1,200.30원으로 올라선 뒤 1,199∼1,200원을 오가다 2시 31분경 1,199.10원까지 내렸다. 이후 한동안 1,199원선에서 붙박혀 있던 환율은 장 후반 달러되사기(숏커버)진행으로 4시 16분경 고점인 1,201.90원까지 도달한 뒤 1,200원선으로 되밀렸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4,20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670만달러, 2억6,800만달러가 거래됐다. 4일 기준환율은 1,199.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