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끝난 '시스코랠리'가 월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세계 최대 인터넷 네트워킹 주식인 시스코시스템즈의 실적호전 발표는 나스닥을 하루만에 사상 8번째의 상승률인 7.8%나 치솟게 만들었다. 다우도 30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이런 열풍은 꼭 하루만에 끝났다. 주가는 다시 고꾸라졌고 지난주 주요 지수들은 모두 전주대비 마이너스를 보였다. 다우는 67포인트(0.7%) 하락한 9,939.92로 다시 10,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나스닥도 13포인트(0.8%) 내린 1,600.86으로 간신히 1,600선에 턱걸이했다. S&P500은 1.8%(20포인트) 떨어진 1,053.91이었다. 시스코랠리를 퇴색시킨 종목은 월드컴와 IBM.2~3년 전까지 주당 60달러를 넘나들던 미국 2대 통신회사인 월드컴에 대해 무디스 S&P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을 잇따라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을 계기로 통신업종이 동반하락했다. 지난주말 월드컴 종가는 1.58달러로 올들어서만도 85% 떨어졌다. 우량 기술주의 대표선수 IBM도 경기부진으로 미국내 직원의 10%인 8천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분위기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IBM 주식도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주당 80달러선이 무너졌다. S&P500 종목중 지금까지 수익을 발표한 4백53개 기업의 실적은 '수익 12.3% 하락'으로 요약된다. 5분기 연속 하락으로 지난 70년 불경기이후 가장 나쁜 결과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체 수익증가율이 14.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지난달 전망보다도 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같은 실적부진은 투자자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감을 없애주고 있다. 특히 IT부문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골드만삭스가 '기업 IT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대상자의 8%만이 IT가 올 하반기부터 정상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응답하고 26%는 2003년 이후에도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대답할 정도다. 부실회계 처리문제도 여전히 월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본조사가 시작된 다이너지가 33.9% 떨어지면서 주가가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았고 인위적으로 매출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난 릴라이언트가 24% 폭락하기도 했다. 물론 낙관론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1분기 생산성이 19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인 8.6%로 조사되는 등 경제지표들이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 지금이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은 편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