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좁은 박스권 안에 갇혀있다. 그런 와중에도 종목별로는 변화가 심하다. 오전에 가파르게 상승하던 업종이 오후에는 추락하고 약세를 보이던 종목이 상승세를 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저가주 "사냥"에 나선 투자자들이 매기를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도주가 없는 증시의 향방도 상당히 혼미하다. 유동성 장세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것 같지만 뜯어보면 단순한 종목별 순환매에 지나지 않는 양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저금리시대의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강하지만 아직 모멘텀을 얻지 못한 형국이라고 분석한다. 준비는 돼있지만 출발신호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얘기다. ◇단타 위주의 수익률 게임=요즘 장세는 단기 수익률을 노린 철저한 '머니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매 공방이 치열해지고 활발한 '손바뀜'이 일어나 거래량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증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단타매매로 대응하자는 심리가 엿보인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0일부터 7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2천27억원이나 빠진 7조7천억원대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투자자들도 특정 종목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최근 '미인주'로 부상한 건설 은행 증권주도 '반짝 강세'에 그치고 있다. 건설업종지수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4일 연속(거래일 기준) 올랐지만 20일에 이어 21일에도 하락하는 등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상승하던 은행업종지수는 17일부터 23일까지 5일째 하락했다. 증권주도 10일부터 4일간 올랐다가 17일부터 3일간 내리는 등 등락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동성 장세는 기대일 뿐=무거운 주식을 가볍게 들어올리고 증시로 뭉칫돈이 흘러 들어오는 유동성 장세의 조짐은 아직 없다. 오히려 저가 메리트를 중심으로 한 종목별 순환 장세에 가깝다. 삼성증권 김도현 연구원은 "고객예탁금이 늘지 않고 기업금융 시장의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 장세를 유동성 장세의 초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증시 상황은 업종별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순환 상승을 시도하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 "업종별로 고른 상승 추세가 나타나기보다 지수가 조정받을 때마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업종별로 순환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응요령=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주도주가 없는 상태에서 9월 초까지는 580∼600선의 박스권 횡보가 예상된다"면서 "지수가 550선으로 떨어지면 매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증시가 당분간 방향성 없이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적호전 기업과 재료 보유 종목으로 관심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