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뉴욕에서 날아온 하락 압력을 크게 개의치 않으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4% 이상 급락하는 등 반도체 관련주 상승세가 무너졌지만 은행, 건설 등 '대중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강세의 다른 한 축인 통신주는 약세 속에서도 저가매수세를 꾸준히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텔 악재의 파문이 삼성전자에 국한되는 모습에 투자심리가 한결 나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월요일 뉴욕증시에서는 인텔이 수익 전망 하향과 가격인하로 4% 이상 속락하며 주요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도체 바닥론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조너선 조지프가 인텔의 내년까지 수익전망을 낮춰잡았다. 여기에 리먼 브러더즈의 댄 나일즈가 AMD와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텔이 이달중 펜티엄4 프로세서 가격을 절반 가까이로 인하키로 했다고 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시장에서는 닷새 상승에 따른 단기 조정 국면에서 뉴욕 증시 하락이 더해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조정폭이 깊지 않아 자연스러운 조정을 거친 뒤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늘고 있다. 닷새 내리 오름세를 유지하며 40포인트 가까이 수직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이날 조정폭은 자연스러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악화된 경제 여건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 상황에서 최근 시장분위기가 경기에서 유동성장세 분위기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거래량만 받쳐 준다면 상승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다. 사실 최근 유동성장세의 특징이 나타나듯 산업생산 3개월 연속 둔화, 수출 부진, 기업 경기실사지수, 교역조건 악화 등에 잇따른 실물, 체감 경기 악화는 묻혀버린 듯 하다. 오히려 이번 분기 공공투자 4.3조원 확대, IT산업 투자 등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노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건설주가 급등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 추가 상승 시도는 그러나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증시로의 자금 유입, 금융주 행보 등을 파악했을 때 유동성 장세를 예단해 매수에 가담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최근 급등에 따라 가격 메리트가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먹거리'보다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아직은 크기 때문이다. 장세를 끌고 갈 주체가 없는 가운데 올해 두 번의 랠리에서 그리고 바로 지난주 반도체주에서 그랬듯이 기대감 만으로의 상승은 곧 한계를 드러낸 학습효과도 기억된다. 여전히 시장 접근은 박스권 설정 후 단기 매매가 유효하다. 단기 바닥점이 높아진 점은 대부분 수긍하고 있지만 추세 전환보다는 반등 국면의 일단락으로 기간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금 비중을 서서히 확대하면서 향후 추세전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화요일 뉴욕증시에서 발표될 시스코의 지난 분기 실적, 목요일 국내 8월물 옵션만기, 금리인하 여부가 결정될 금융통화위원회 등 굵직한 재료를 앞두고 적극적인 매매 참여는 한걸음을 물려도 무방할 듯하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43분 현재 562.70으로 전날보다 6.67포인트, 1.17% 내렸고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0.85포인트, 1.21% 빠진 69.40에 거래됐다. 장초반 '인텔 충격' 이 반영된 후 변동폭은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낙폭을 넓히며 하향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560선 초반 지지력 테스트에 들어갔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억2,226만주와 7,850억원으로 전날 수준을 유지했다. 사흘간 20만원 안착에 실패한 삼성전자는 인텔 영향권에 놓이며 4.02%, 8,000원 급락했다. 하이닉스, 아남반도체, 케이씨텍, 미래산업 등 관련주도 대부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공백을 건설, 은행 등 대중주가 채우며 560선 지지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종목이 상승하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저금리 수혜, 저가 메리트,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 호재가 어우러졌다.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는 약보합선에서 머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잇따라 실적을 내놓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주 약세가 눈길을 끈다. 옵션 만기를 이틀 앞둔 이날 프로그램 매도는 176억원 출회됐고 매수는 124억원 유입됐다. 외국인이 이틀째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17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3억원과 52억원을 순매수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