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할 만큼 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경기회복의 시점이 언제인가로 모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누구도 선뜻 나서서 그 시기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생산 감소, 고용지표 악화, 노동생산성 저하 등 그동안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해온 미 경기 적신호가 여전히 깜박이고 있기 때문이다.

FRB는 화요일 올들어 다섯번째 금리를 50bp 인하했다. 이로서 연방기준 금리는 지난 94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고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0%대에 도달했다.

미 증시는 지난 15일 연준위의 금리인하 소식에 장중 큰 폭 상승하며 호응했지만 이내 매물에 밀려 보합권에 마감했다.

경기악화 추세가 지속중이라는 금리인하 배경발표에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보다 경기악화에 불안감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는 이러한 미 증시의 움직임을 곁눈질하며 투자주체의 부진한 거래속에 조정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는 하락출발한 뒤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코스닥지수는 견조한 출발 이후 오후로 접어들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 56분 현재 581.87로 전날보다 0.57포인트, 0.10%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0.15포인트, 0.18% 낮은 81.33을 가리켰다.

지수선물 6월물은 72.35로 0.50포인트, 0.18% 올랐다.

거래소에서 개인이 90억원의 매도우위로 돌아선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7억원과 15억원 매수우위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통신공사와 SK텔레콤이 소폭 상승중이다. 은행주는 국민과 주택은행이 보합권메 머무는 등 오전초 강세를 잇지 못하고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시장관계자들은 증시가 당분간 뚜렷한 계기를 발견하지 않는 한 조정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투신,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재료가 이젠 웬만큼 시장에 반영돼 추가 매수세 유입을 이끌어 내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호전된 투자심리와 시장의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지수 급락가능성은 적지만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지루한 양상이 예견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주가가 당분간 큰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570~620 박스권에 머물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팀장은 "연준위의 금리인하는 주가상승의 모멘텀이 아니라는 입장을 그동안 견지해왔다"며 "경기관련 지표 호전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이영원 연구위원은 "증시내부의 힘의 균형이 팽팽하고 유지되고 있어 별다른 이벤트가 없을 경우 560~600사이의 지루한 장세전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말 MSCI 비중조정이 한국증시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600선 돌파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시장에서 기술적으로 중기매도사인이 나왔다"며 "이에따라 국내 삼성전자및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주가가 그간 의존해온 외국인 매수세의 둔화로 단기적으로 5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후 상승모멘텀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