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무협지 붐이 일었다.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환타지소설을 능가할 정도였다.

당시 중국 와룡생(臥龍生)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최고 베스트 셀러였다.

대부분 무협지 소설의 줄거리는 비슷하다.

주인공의 부모는 악당의 모함에 빠져 억울하게 죽는다.

주인공은 갖은 고난속에 자란 뒤 복수심에 불타 굳은 각오로 입산수도한다.

무립비법을 전수받아 무림고수로 성장한 주인공은 하산해 중원을 평정하고 있는 악당을 물리쳐 부모의 한을 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악당이 패배했던 원인이다.

이미 경쟁자가 제거돼 누구도 자신에게 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자만심이 패인이다.

주식투자에서도 한 때의 성공으로 자만심에 빠지며 주식연구를 게을리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내가 아는 가치투자 검법,차트투자 검법이 최고라고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원에는 무림고수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항상 그들이 검을 어떻게 휘두르는 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말이나 이론보다는 실전에 강한 주식투자 고수들의 경험담이 중요하다.

필자가 한 고수는 "신고가에서는 무조건 따라서 산다"고 말했다.

또 첫 매매에서 큰 수익을 낸 경험을 설명하면서 그는 "최고가에서 팔지 않고 주가가 내려서 추세가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보유주식을 판다"고 이야기했다.

별 특징없는 투자기법 같지만 이 말 속에는 두가지 투자원칙이 담겨있다.

첫번째는 신고가 매매의 중요성이다.

신고가를 내면 매물부담이 없어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신고가에 사라"라는 말을 진부한 속담으로만 여긴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렸던 어느 사이버매매 관련 강연회에서도 "신고가"매매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가장 선진적인 투자기법이 활용되는 미국에서도 신고가 매매가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원칙은 매도기법 중 트레일링 스톱(trailing stop)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고점을 확인한 이후 일정 비율이상 하락하면 추세반전으로 단정짓고 보유주식을 내다 파는 기법이다.

진정한 고수들은 친절하게 자신의 검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고수들의 말이나 글에서 숨겨진 행간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림고수의 칼놀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지혜를 갖추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