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코스닥시장을 괴롭힌 최대 악재중 하나는 물량 압박이다.

마치 둑이 무너진 것처럼 물량이 흘러넘쳤다.

신규등록이 러시를 이루고,1백% 유·무상증자가 붐을 이뤘다.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주식전환도 줄을 이었다.

벤처붐을 타고 한껏 달아올랐던 시장은 물량공세에 짓눌렸다.

1년 내내 경보사이렌이 울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을 외면하면서 물량을 받아줄 ''저수지''는 생겨나지 못했고 시장은 망가졌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다=12월말 현재 코스닥시장에 등록돼있는 종목은 모두 6백15개다.

이중 1백64개(뮤추얼펀드제외)가 올해 새로 명함을 내민 회사다.

시가총액 상위 20위에 올라있는 종목중 국민카드 LG텔레콤 옥션 쌍용정보통신 등 8개가 코스닥 나이 한살 미만의 신생아다.

새로운 종목들이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면서 시장은 소화불량에 시달려야 했다.

시장을 괴롭힌 것은 새내기들만이 아니다.

증자라는 이름의 몸집 부풀리기도 한몫했다.

코스닥 등록업체들이 시장에서 유상증자나 사채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8조3천억원이나 된다.

작년보다 83%나 늘었다.

특히 유상증자 규모는 작년보다 97% 증가한 6조8백억원에 달했다.

유상증자 뿐 아니다.

무상증자는 배정비율 1백%짜리가 흔했다.

투자자들에게 인심쓰듯이 주식을 뿌렸다.

유.무상증자와 공모 물량을 합치면 신규 유입이 10조원에 달한다.

▲제도적 허술함이 화를 불렀다=물량 증가는 시장에너지의 고갈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1백% 무상증자를 남발하던 4월이후 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기업들이 뒤늦게 물량 압박의 무서움을 절감하고 자사주 매입등에 나섰지만 한번 무너진 수급은 회복되지 않았다.

때마침 제기된 기술주 거품론과 맞물려 시장은 급속히 기울었다.

1백% 무상증자를 재료로 30만원을 넘겼던 새롬기술의 경우 증자후 주가가 급락,결국 5천5백원으로 올해를 마감해야 했다.

마구잡이로 늘린 물량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주가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물량 압박으로 시장이 제기능을 상실해가자 정부는 지난 10월 부랴부랴 증자를 억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사후약방문이 된 것은 당연하다.

신규등록의 경우에도 공모가 부풀리기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했다.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은 "올해 코스닥시장은 단거리선수처럼 처음부터 전력질주하다가 지쳐 쓰러진 마라톤 선수와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노 팀장은 "과도한 물량 공급은 분명히 억제됐어야 하는데 감독당국이 이를 방치해 시장 전체가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물량에 짓눌려 고갈돼버린 시장에너지가 재충전되는데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