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가 아웃될 지경에 처했다.

정부는 워크아웃 위주였던 부실기업 처리방식을 사전조정제와 기업구조조정기구(CRV) 등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일부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로 불거진 워크아웃 제도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워크아웃 여신에도 50% 안팎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므로 은행들의 워크아웃 기피현상도 두드러진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 유효한 2백여 채권금융회사의 워크아웃 협약과 자율조정기구인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존속 시한을 더 연장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사전조정제 CRV 등의 대체 법적수단이 확보되면 연말께 워크아웃 폐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워크아웃의 문제점이 불거진 데는 동아건설 고합 등 대기업들의 행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동아건설은 채권단의 파견한 경영관리단의 감시 하에서도 고병우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말썽이 났다.

은행 관리부실도 문제점으로 노출됐다.

고합은 채권단이 두차례나 빚을 깎아 줬지만 매출액보다 빚이 더 많은 부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너는 경영권 유지에, 채권단은 추가손실을 줄이는데 급급하다 보니 부실만 늘렸다.

여기에다 악화(워크아웃기업)가 양화(정상기업)를 구축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워크아웃기업이 채무조정으로 원가(금융비용)를 낮춘 것을 무기로 덤핑을 쳐 정상금리 부담 기업들이 골탕을 먹는다고 지적했다.

<> 제도상 결함인가, 운영상 맹점인가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워크아웃에 대한 비판은 일부 문제기업 탓에 전체가 매도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그나마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연쇄도산 사태를 막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관계자는 "그대로 뒀으면 부도나서 퇴출됐을 워크아웃기업중 40% 가량이 정상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은 법정관리에 비해 채권단의 자율과 신축성이 보장되고 기간(최장 5년)이 짧으며 비교적 전문성을 갖춘 경영관리단의 감시를 받는다.

또 상거래채권도 보호돼 영업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법정관리는 최장 10년이 걸리고 비전문가(법원)의 판단과 경직된 정리절차에 맡겨져 회생률이 극히 낮다.

서정대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애초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에 따라 워크아웃 대상으로 잘못 선정한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자체보다는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 대안은 무엇인가 =워크아웃 제도의 존폐를 논의하기 앞서 1백조원에 이르는 워크아웃 여신을 처리할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여신에 평균 40%의 충당금을 쌓아도 나머지 60조원중 회수불능액이 얼마가 될지 알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워크아웃으로 인한 잠재부실을 일거에 금융기관의 손실로 반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업자금경색의 뿌리도 부채가 2조원 규모인 새한의 워크아웃신청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아직 정상으로 분류돼 있는 한계기업들에 대한 검토도 시급하다.

채권금융기관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워크아웃의 문제가 운영상의 맹점에서 비롯됐다면 워크아웃 자체를 없애기 보다는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워크아웃의 대안으로 사전조정제와 CRV를 구상하고 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심의관은 "사전조정제는 워크아웃을 개선하는 것이고 CRV는 기업정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조정제로 워크아웃의 기본원리는 그대로 승계되며 법적인 구속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채권자수 채권액 채권구도가 복잡하지 않은 부실기업의 경우엔 워크아웃 대신 기존 사적화의로도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회생을 추진할 수 있다.

조재호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연말에 워크아웃이 폐지된다면 새로 워크아웃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지 기존 워크아웃기업을 모두 정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