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동향을 투자 나침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전날 밤 뉴욕 증시 결과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보기 위해 새벽 잠을 설칠 정도다.

재정경제부는 그러나 18일 "미국 증시가 급락한다고 해서 한국 증시가 동시에 떨어질 이유는 없다"며 한.미 증시의 차이점 세가지를 내놓아 동조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미 주가 동조화 현상을 배격하는 재경부의 첫번째 주장은 양국간 경기 국면이 다르다는 점.

1백9개월째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경기 확장에 따른 인플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경제위기를 겨우 극복하고 경기가 되살아나는 초기단계라는게 재경부 주장이다.

지난 16일 나스닥시장의 폭락을 몰고온 금리인상 우려가 한국에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가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엄낙용 재경부 차관은 "한국 증권거래소 상장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27배인데 비해 미국은 30배를 넘는다"며 "이는 한국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론 90년초부터 99년말까지 주가 장기 추세에서도 미국의 다우지수는 3백36.54%, 나스닥지수는 9백88.64% 상승한 반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47.69% 오른데 그쳤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재경부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국제금융시장 여건에서는 종속적인 움직임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선 미국경제가 세계 국민소득(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

국제투자만 하더라도 미국계 헤지펀드를 비롯한 각종 기금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기금들은 미국 주가가 올라 자금 마련이 쉬울 때는 국제적인 투자를, 미국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 관례다.

특히 나스닥 시장에서 첨단기술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구조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첨단기술업종 위주로 바뀌고 있어 나스닥과 코스닥의 동조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금융부실과 기업부실을 털어내지 못해 미국 증시 불안과 같은 해외여건 변화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어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증시가 미국증시와의 동조화 추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남은 부실을 털어내고 금리를 시장여건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미국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강현철 기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