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한국증시를 대체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과정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외환 및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하반기께부터 투자분위기는 점차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상승폭은 제한적이며 우량주식과 비우량주식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한국에 대한 투자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본사의 뉴욕 런던 도쿄 특파원이 한국증시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현지
펀드 매니저들을 만나 올 한국 증시 전망에 관해 들어봤다.

< 국제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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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한국의 주식시장은 올들어서도 당분간 침체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는게
미국증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빨라도 하반기는 돼야 주식시장이 상승탄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1,2월까지는 바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3월이후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1년이상은 급락과 반등을 되풀이하는 "냄비장세"가 이어질
것이며 호조를 보이는 종목과 부진한 종목사이의 편차가 워낙 심할 것이므로
종합주가지수는 별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굴드먼 증권담당 연구위원은 "어떤
국가라도 금융위기에서 한숨을 돌리기까지는 아무리 짧아도 6개월은 걸린다"
며 "완전한 회복에는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제아래 한국의 주식시장에
손을 대는게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정부의 경제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제프리 셰이퍼 살로먼 스미스
바니증권 회장은 "한국시장을 잘 꿰뚫고 있는 전문투자자라면 종목을 잘
선별할 경우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커더 증권의 코리아 펀드 담당 매니저인 존 리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개별적으로 리스트럭처링에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못한 기업사이의
주가는 천양지차가 될게 분명하다.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우량주 중심으로 이들기업의 경영환경을 보아가며
투자하는게 안전할 것"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한국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사의
해리 세거먼 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한국 증시가 살아나려면 과감한 액면
분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SK텔레콤 포항제철 등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는 주식
거래를 활성화시켜 증시 전반이 활기를 되찾게 하는 촉매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주당 5천원으로 돼있는 액면가를 5백원으로 쪼개고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제철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우량주식을 이런
식으로 액면분할해 외국인들에게 내다 팔 경우 한국 증시는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유럽 ]]

유럽계 투자자들은 한국증시가 올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기관투자가의 경우 올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고금리 저성장 실업자증가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대신 채권 시장은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리처드 웹 영국 부캐넌 캐피털 매니지먼트사 아시아담당 펀드매니저는
"매니저들 사이에 한국은 매우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태"
라고 전했다.

그는 주식투자로 8%의 투자이익을 본다고 해도 원화 약세로 10%이상
손해를 본다면 누가 한국 주식에 투자할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일부 기관
투자가들의 경우 한국이 외국인 투자한도를 확대한 이후 주식을 매수했다가
팔지도 못하고 물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웹은 또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코리아 유로 펀드가 최근 한국물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재편성, 보유주식을 10대 우량기업으로 집중시킨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한국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개방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솔직히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증시 개방보다는 환율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비해 네덜란드 로베코 보험사의 펀드매니저 비마인 팔츠의 견해는
다소 낙관적이다.

그는 "한국경제의 견실한 기초체력(펀더멘틀)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증시는
밑바닥에 와있는 것으로 본다"며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제거된다면 SK텔레콤
포항제철 등 우량주식 투자가치는 매우 높다"는 견해를 개진했다.

한국정부도 증시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어 올 상반기에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예측했다.

팔츠는 그러나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증시 참여는 그동안 한국물을
취급한 경험이 있는 기관으로 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유럽계 투자자는 한국의 신인도 하락으로 한국 증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상황이 올해 극적으로 호전되지 않는한 외국 투자가들의
투자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가 신용도"를 미일계 투자자보다 더 중시하는
유럽계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이들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 일본 ]]

일본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 한국증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주식 및 채권시장의 전면개방 등 한국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이이치생명의 연금운용실 스가우치 과장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로
인해 한국경제가 종전처럼 고성장을 유지하기란 어렵게 됐다"며 "적어도
올 중반까지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오는 4월 실시
되는 일본의 외환자유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1천2백조엔에 달하는 개인투자
자산이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투자수익보다는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자금이 대부분이어서 위험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 아시아국가들의 자본시장 투자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의 4대 증권사중 하나인 닛코증권 외국법인부 무라카미 부장의 견해도
비슷하다.

그는 "달러당 원화환율이 급등락하고 종합주가지수도 변동폭이 심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한국은 외국인 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부장은 "1년6개월정도 지나면 한국 경제는 되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IMF가 내건 조건을 지키기가 어려워질 경우 정상화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이라며 따라서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주가도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
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밖에 "연리 1.6%선에 불과한 일본 장기국채에 돈이 몰릴 정도로
일본투자자들은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경제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
으로 일본자본이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또 완전 개방된 한국 채권에 대해서도 별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라카미 부장은 "지방자치체인 부산시가 엔화채권인 사무라이 채권을
좋은 조건에 발행했으나 현재까지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며 금리가 아주
높은 한국 채권 수요도 별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이치 생명의 스가우치 과장도 "외국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화된 한국채권에 대한 투자분위기는 당분간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를 채권에 투자할
것인가"로 반문했다.

이같은 비관적 전망과는 달리 일각에선 낙관론도 존재한다.

한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일본의 외환자유화로 일본자금이 한국으로 일부
흘러가 올 한국증시가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계기로 주가가 기업실적을 제대로 반영하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 증대로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다면 주식시장의 불안요인들이
다소나마 해소되면서 주가 또한 상승추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희망어린
전망이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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