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 수원대 교수 >

정부나 투자자들은 지수 500선이 붕괴했다는 사실보다 뉴욕시장을 비롯한
세계 증시와 외환시장이 최악의 혼돈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시장에 다음 네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뉴욕시장이 붕괴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혼돈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둘째, 국제투자자들의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

셋째, 포트폴리오의 재조정과정에서 이들의 "탈아시아" 투자전략이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넷째, 이미 외국투자자들에 의해 시장흐름이 주도되고 있는 우리 시장은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격동으로부터 보다 강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
등이다.

뉴욕시장의 붕괴여파로 최소한 당분간은 어떤 대책으로도 우리 증시와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뉴욕시장이 곧 안정을 회복하더라도 충격의 여진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므로, 정부는 단기대책보다 국제자본시장의 장기적인 불안정성에
대응한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금융기관들도 전반적인 전략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대증요법적처방보다 차제에 국제자본시장의 흐름이 국내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정책의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줄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의 회계정보와 공시정보의 신뢰성,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 등을 개선함으로써 한국시장이 장기적으로 투자할만한 시장
이라는 신뢰를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