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에 시달리던 증시에 검찰수사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종합주가
지수는 900선이 무너져 8개월전 수준으로 되밀렸다.

특히 지수900선은 심리적 지지선이었다는 점에서 일반투자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분석가들은 기술적 분석을 내세워 지수880선을 단기적인 지지선으로
지목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인 분석가들은 800대에서의 바닥권을 찾기는 어렵다면서 840-
8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투매를 자제하고 하락국면이 진정될 3월장을 겨냥하는
중장기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우선 24일의 900선 붕괴는 작전종목에 대한 검찰조사설에서 촉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조사얘기는 이미 이달초에 불거져 한차례 파장을 예고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지수가 지난달27일 907선으로 추락한뒤 다시 960선으로 회복하던 차에
검찰조사설이 터져나와 최근의 하락국면을 몰고왔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식시장엔 관련종목이 늘어나고 기관의 펀드
매니저들마저 얽혀든 것은 물론 수사종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는 얘기다.

시중실세금리도 좀처럼 떨어질줄 모르고 상승세로 치닫고 있는데다 전반적
인 자금사정이 빡빡해지면서 기관들의 운신폭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작년말에만 해도 기관들의 하루 매수.매도주문이 각각 6백만주선에
달했으나 최근 1백만주대로 급락했다.

한마디로 기관들의 발목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또 주식시장의 대기매수세력의 크기를 반영하는 고객예탁금도 크게 줄어
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초에 3조원수준이었던 고객예탁금은 이미 2조3천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증시안정책을 포함한 각종 규제완화방안들도 정부의 한은독립안과
맞물려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일반개인의 위탁증거금률 인하라든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고객예탁금이용료율 인상이나 자율화및 신용공여한도확대등을 포함한
방안들이 오는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관측되던 터였다.

이같은 방안들이 한은독립과 정부의 감독권한강화및 금융규제완화등으로
한묶음이 되어 조기시행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이같은 각종악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합병증"을 일으키며 자생력을 잃은
주식시장을 더욱 짓누르며 증시체질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증권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의 큰폭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당장 중소형 개별종목들이 검찰수사와 함께 힘을 잃은데다 전반적인
매수세가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1주일사이 대량거래와 함께 바닥탈피를 시도해온 은행주들이
추가하락할 경우 최근의 거래가 오히려 매물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정종렬신영증권상무는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 주가수준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손절투매는 자제해야
할것"이라면서 "금리동향을 살펴가면서 투자에 임하는 전략이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한진투자증권의 유인채전무도 "지수900선이 무너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패배감을 느끼며 매물을 내놓는 양상"이라면서 "양호한 12월
결산실적이 드러나는데다 4개월연속이라는 충분한 조정을 거치고 증시안정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있는 3월장을 겨냥해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유전무는 바닥권에 진입한 은행주를 버팀목으로 실적호전 우량주를 중심
으로 3월장부터 회복국면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희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