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발표한 올해의 직접금융조달 규모는 대체로 지나치게 높게
잡은 목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국의 입장은 "수급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지만 "수요부문을
도외시한 공급과잉"이라는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반응들이다.

더구나 증시 주가가 지난해 11월을 고비로 하락추세를 계속하고 있는
터여서 전년대비 34%~68%까지 크게 늘어난 공급규모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인사들은 공급과잉이 장기적인 주가하락을 불렀던 지난 80년대 후반
(89년)의 상황을 거론하고도 있다.

여기에 정부가 공급물량으로 계산에 넣지않은 증안기금 매물과 투신사
특융상환, 전환사채 주식전환 물량을 고려하면 올해의 총공급은 무려
15조원을 넘어서 증시는 심각한 불균형을 맞을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채권까지 합치면 전체 자금조달액은 최대 38조원에 달하게 된다.

메르트가 없는 시장에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칫
악순환이 다시 빚어질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의 물량공급은 우선 기업공개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잡혀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8조 내지 10조원으로 책정된 주식발행중에는 기업공개가 2조2천억원~3조원
으로 전년대비 3배~4배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형우량 기업의 공개는 유통시장과 사실상 경쟁관계에 있는 발행
시장으로 자금의 흐름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많다.

지난해 한통주식 공모입찰등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들면서 결국 유통
시장의 자금수위를 떨어뜨려갔던 경험은 올해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증자도 올해는 정부추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지난해 일반기업의 증자요건이 크게 완화되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서있는 형국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있다.

금융기관의 증자도 당국의 신호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금융산업개편등이 맞물리면 금융기관의 증자는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일정시기에 증자가 집중되는 폭주현상이 일어날 우려도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정부 발표대로 8조원 내지 10조원의 주식공급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는 증시
싯가총액의 5.3%~6.7%에 달하는 적지않은 물량이다.

88년의 경우 전체주식공급은 증시싯가총액의 11.9%, 89년의 경우는 15.4%에
달했었다.

물론 주식공급의 적정량이라고 할만한 표준화된 수치는 있을수 없다.

그러나 통상 3~4%를 밑돌았던 공급물량의 싯가총액비중을 고려하면 올해의
수치는 분명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급계획에 증안기금등을 합치면 전체공급물량의 싯가총액비율은
8%대로 다시 높아져 지난 88,89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지적해
둘만하다.

정부는 올해의 회사채발행을 전년보다 11~21%늘어난 21조~23조원으로
잡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발행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만일 정부의 안정기조 정책운영이 강화되고 시중자금에 핍박현상이 구조화
되면 부담은 증시로 돌아오는 것이 불가피하다.

결국 충분한 수요개발이 없다면 올해 증시는 상당한 물량압박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말이다.

정부는 공급에 못지않는 수요개발에 나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 정부 입장 ]]]

정부당국은 이번에 책정된 95년도 직접금융 공급물량규모인 29~33조원어치
가 올 증시여건에 비춰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또 공급물량을 상하한선 안에서 신축적으로 조절, 증시상황에 따라 수급
구조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김규복 재경원 증권제도담당관은 "올 공급물량규모는 경제성장률 금리
물가등과 전체금융자산의 성장규모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됐기 때문에
증시에 부담을 주지 않고 무난히 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행정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의 증자나
회사채발행규모를 조정하기 어렵운데다 기업들의 공개.증자욕구가 커
일시적으로는 공급과다현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정부가 증권시장의 수급구조 불안정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증시상황에 따라 예정공급물량의 상하한에서 신축적으로
공급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손희식/정진욱 기자 >

[[[ 업계 시각 ]]]

그동안 주식시장에 호재로 받아들여진 대목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면제와
정부에서 진정책을 써야할 정도의 경기호황이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금년도 물량공급은 대단히 많다는 느낌이다.

다음달 국민은행에 대한 정부지분 매각등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주식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금리의 하향안정은 어려울 전망인데다 국제금리 상승으로 외국인자금의
유입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수요에 비해 물량공급이 과다할 것이라는 얘기다.

작년말이후의 약세장은 물가안정을 중시한 통화긴축 때문이었다.

이번달도 통화지표는 목표치를 웃돌고 있어 주식시장엔 부정적일수 밖에
없다.

물론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통화정책과 함께 물량공급도
보다 신축적으로 운용돼야 할것이다.

< 오호수 대우증권전무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