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우 배재성
/사진=배우 배재성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안 끝나는 단편 드라마.

웹 드라마 '짧은대본'에 대한 설명이다. 2018년 5월 3일 오픈한 '짧은대본'은 4주년을 앞두고 있다. 청춘들의 서툴고 풋풋한 연애, 생기발랄하지만 하이킥을 하고 싶을 만큼 지질한 연애의 순간을 세심하게 담아내며 웹드라마계의 '전원일기'로 불릴 만큼 장수하고 있는 것. 유튜브 통계 사이트 눅스 인플루언서 집계에 따르면 '짧은대본' 누적 조회수는 1억8200만 회에 달한다.

배우 배재성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병운 역을 맡았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 연애에는 독이 됐고, 8년 사귄 여자친구 시영(이시영)과 헤어졌다.

오랜 연애로 권태기가 왔을 땐 이전과 달라진 마음을 감지하고, 시영에게 "나를 도와 달라"며 눈물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병운과 시영의 연애는 '시영' 편으로 묶여 따로 선보여졌는데, '내 남자 자취방에 딴년이 있다'는 에피소드의 경우 24일 기준 조회수 154만 회에 육박했다. '짧은대본' 평균 조회수가 78만 회 수준임을 감안하면 2배 이상의 수치인 것.

본명보다 '병운 선배'가 더 익숙한 배재성을 만났다. 시영과 결별한 후에도 "옴니버스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라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짧은대본' 촬영을 하고 있다"는 배재성은 "병운이가 이제 새로운 연애를 하고, 설렘의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시영과는 오래 사귀었다는 설정이다보니 진득한 연애의 모습을 보여준 거 같아요. 상대적으로 연애 초반의 '설렘' 포인트를 보여줄 기회는 부족했던 거 같아요. 병운이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 또 다른 사랑으로 설렘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하하."

극 중 병운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남에겐 좋고, 연인에게는 별로인 남자다. 그럼에도 섬세하게 여자친구를 챙기기에 8년이라는 긴 시간 연애를 이어올 수 있었다. 배재성은 "모두에게 친절한 건 저랑 비슷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병운이처럼 길게 연애를 해보진 못했다"고 소개했다.

"연애 경험이 많진 않아요. 마지막 연애는 3년 전이었고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고, 모임에 나가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면 견디질 못하는 스타일이라 그걸 풀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니 제 실제 성격이나 매력은 보여주기 힘든 것 같고요.(웃음)"
/사진=배우 배재성
/사진=배우 배재성
운 좋게 '짧은대본'에 발탁돼 입소문을 탄 줄 알았는데, 이미 3년 전 '뜨자' 프로젝트에 입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준비된 배우였다. 특히 현장 투표에서 1위를 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뜨자'는 한중 합작 웹드라마 제작 프로젝트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0명의 배우들을 작품에 출연시킨다는 콘셉트였다. 참가자들은 조별연기, 단역 연기, 쪽대본 촬영, 연극 연기 등 다방면으로 역량을 펼치면, 현장 투표, 유료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수상자가 정해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수상자 선정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유료 투표로 진행됐는데, 저는 제 힘으로 제 능력을 평가받고 싶어서 홍보를 따로 하진 않았어요. 부족하지만 날 것의 뭔가를 봐주신 거 같아요. 실시간 현장 투표는 1위, 최종 합산으로는 10위를 해서 턱걸이로 10인에 들었죠.(웃음)"

'짧은대본'에 3년 넘게 출연하면서 길거리를 다니거나 카페를 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공연 '발레리노를 사랑한 비보이'를 보며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됐던 배재성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보내주는 응원과 격려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이 없을 땐 힘들어요. 하지만 작품 속에서 그 인물이 돼 하고 싶은 말들을 할 때 저도 희열을 느껴요. 그런 작업들을 잘 마무리하고 느끼는 벅찬 감정들도 있고요. 무대가 끝난 후 커튼콜 때 느끼는 그런 설렘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거 같아요."

얼굴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더 열심히 일하고, 조심히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배재성이었다.

"친구들이랑 술 먹을 때 '내가 학폭 이런걸 했나'라고 말하니, 친구들이 '너 중학교 때 맞은 거 기억 안나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연기자는 보여지는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더 책임감있게 행동하고, 조심하면서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