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정통사극으로 균형 맞춰야…수요 있을 것"
안방극장 돌아온 퓨전사극에 반색…대하사극 갈증은 여전
조선 시대 철종의 비(妃) 철인왕후의 몸으로 영혼이 들어간 현대판 카사노바부터 비리에 맞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왕실의 비밀 수사관 암행어사단까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퓨전사극들이 좋은 시청률을 보이며 반가움을 더하고 있다.

tvN 주말극 '철인왕후'는 청와대 셰프 장봉환(최진혁 분)의 영혼이 들어간 중전 김소용으로 분한 신혜선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에 힘입어 시청률이 11%(닐슨코리아, 이하 비지상파 유료가구)를 돌파했다.

이 작품은 삼정의 문란과 민란 발생으로 혼란스러웠던 철종 시대, 그동안 사극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았거나 변두리 이야기로 그려졌던 이 시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품 속에서 세도 정치 속 허수아비로만 등장했던 철종(김정현)은 몰래 힘을 키우는 인물로 등장하고, 또 전혀 다른 사람이 돼 나타난 중전은 정국을 뒤흔들 새로운 카드가 됐다.

판타지 설정에 힘입은 두 인물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가운데, '만약 정말 그랬다면 조선 왕조의 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 하는 가벼운 상상은 즐거운 호기심도 부른다.

안방극장 돌아온 퓨전사극에 반색…대하사극 갈증은 여전
KBS 2TV 월화극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도 초반부터 시청률 5%를 돌파하며 고전 중인 지상파 드라마 중 선전하고 있다.

암행어사 실종이라는 굵직한 사건을 파헤치는 암행어사 성이겸(김명수)과 그를 따라나선 기녀 홍다인(권나라)의 이야기, 사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션, 그리고 수사단원들의 소소한 '케미'(케미스트리, 호흡)를 두루 갖춘 덕분이다.

해당 시대에도 비밀스러웠던 암행어사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사극과 추리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암행어사'가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방극장 돌아온 퓨전사극에 반색…대하사극 갈증은 여전
이렇듯 퓨전사극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 히트하는 가운데 '장영실'(2016)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대하사극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1981년 '대명'을 시작으로 '장영실'까지 다양한 시대의 정치와 전쟁 이야기를 들려줬던 KBS 1TV 대하드라마는 시청률로나 연말 시상식에서나 막강한 힘을 자랑했지만 수년째 제작될 기미가 없다.

KBS는 최근 수신료 인상 주장의 근거로 대하사극의 부활을 들기도 했다.

퓨전사극은 그 나름의 재기발랄한 매력을 뽐내지만, 사극의 뿌리와도 같은 대하사극의 제작을 기다리는 팬도 여전히 많다.

안방극장 돌아온 퓨전사극에 반색…대하사극 갈증은 여전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2일 "균형의 측면에서 대하사극이 사라진 건 매우 안타깝다.

현대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한 퓨전사극은 현실 세계를 투영해볼 수 있는 재미를 주지만, 대하사극은 또 정사(正史)로서 일종의 '정신'이 들어간 작품이라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 유동근 씨도 연말 시상식에서 KBS 대하사극의 필요성을 언급했듯 공영방송은 대하사극을 제작하고 방송할 의무가 분명하게 있다.

그런 작품들이 수출됐을 때 한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보고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정도전' 같은 사례를 볼 때 정통사극 마니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육룡이 나르샤'처럼 대하사극과 퓨전사극의 중간 면모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KBS가 가성비 높은 대하사극을 다시 내놓는다면 마그마처럼 축적된 대하사극에 대한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