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영화 기행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요즘도 매일 8∼10편의 영화가 촬영 중이다.

195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쇠락했던 다운타운(DTLA)은 2000년대 이후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다.

이곳에서 영화와 함께해 온 로스앤젤레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영화] DTLA, 영화와 함께해 온 역사

◇ 천사의 도시, 천사의 비행
로스앤젤레스는 스페인과 멕시코의 지배를 거쳐 1850년 미국의 일부로 자치 역사를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천사들'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Los Angeles' 그대로다.

1781년 스페인 지배하에서 세워진 정착촌의 이름이 'El Pueblo de Nuestra Senora la Reina de los Angeles'였다.

영어로는 'The Town of Our Lady the Queen of the Angeles', 즉 '천사의 여왕 성모 마리아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를 줄여서 '천사의 마을'(Pueblo de los Angeles)이라고 불렀고, 이후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로스앤젤레스는 '천사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다운타운 워킹 투어는 '엔젤스 플라이트'(Angels Flight) 앞에서 시작했다.

주황과 검정의 강렬한 대비로 단장한 엔젤스 플라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도다.

1901년 벙커 힐(Bunker Hill)의 가파른 경사면에 설치됐고, '시나이'와 '올리벳'이라는 이름의 전차 두 대가 언덕을 오갔다.

당시 언덕 위쪽은 주거지였고, 아래쪽은 상업 지구로, 주민들의 생활에 요긴한 교통망이었다.

1969년 벙커 힐 지역의 대대적인 재개발로 폐쇄되면서 열차는 무려 27년 동안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1996년 원래의 위치에서 반 블록 옮겨진 현재 위치에 재개장했다.

2001년 승객이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고가 있었고 이후에도 사고와 수리 등의 이유로 몇 차례 폐장하기도 했지만, 시내 중심부를 오가는 주민들의 요구로 재개통했다.

로스앤젤레스 곳곳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2016)가 인기를 끌며 '라라랜드 투어'에 나서는 사람들이 찾는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이 됐다.

'라라랜드' 촬영은 2013년 사고 이후 2017년까지 운행하지 않는 기간에 이뤄졌다.

현재 편도 승차 요금은 1달러다.

[영화의 영화] DTLA, 영화와 함께해 온 역사

◇ Historic Core
다운타운 지역에서도 '역사의 중심'(Historic Core)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힐 스트리트와 메인 스트리트 사이, 1번가와 7번가 사이에 걸친 이 지역에는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극장과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몰려 있다.

지금은 트렌디한 바와 식당, 갤러리들이 어우러져 로스앤젤레스의 과거와 현재를 대변하는 곳이다.

앤젤스 플라이트에서 바로 길 건너편이 히스토릭 코어가 만드는 사각형의 한쪽 끝이다.

그곳에는 1917년 오픈한 다운타운의 유서 깊은 시장 '그랜드 센트럴 마켓'이 있고 바로 옆에는 같은 해 문을 연 '밀리언 달러 극장'이 붙어있다.

무성영화 시대, 서부 영화의 스타 감독이자 배우였던 윌리엄 S. 하트의 '사일런트 맨' 시사회가 그 시작이었다.

[영화의 영화] DTLA, 영화와 함께해 온 역사

밀리언 달러 극장에서 브로드웨이 건너 맞은편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브래드베리 빌딩이다.

1893년 5층짜리 사무실로 지어진 이 건물은 로스앤젤레스의 강렬한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들이고, 내부는 화려한 철제 작업으로 장식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오래된 랜드마크로, 수많은 영화와 텔레비전,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로 이용됐다.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에도 등장했지만, 최근의 가장 친숙한 영화라면 '500일의 썸머'(2009)를 꼽을 수 있겠다.

3번가 출구로 나오면 멕시코인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앤서니 퀸이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다.

[영화의 영화] DTLA, 영화와 함께해 온 역사

◇ 찰리 채플린과 방탄소년단을 잇는 곳
오른쪽으로 돌아 나와 만나는 스프링 스트리트는 로스앤젤레스가 처음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한 곳이다.

스프링 스트리트를 포함한 올드 뱅크 디스트릭트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야자수가 금지된 곳이다.

영화 속에서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여느 미국의 도시로 연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최초의 고층 건물이었던 콘티넨털 빌딩 바로 옆 엘도라도 빌딩은 찰리 채플린이 살았던 곳이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20대 초반이던 1912년 할리우드에 정착해 배우이자 감독으로 지위를 굳혔다.

'모던 타임스'(1936), '위대한 독재자'(1940)를 비롯한 수많은 명작을 남겼음에도 아카데미 수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1952년 매카시즘 광풍 속에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추방당한 뒤 20년 만인 1972년 아카데미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기 위해 귀국하게 된다.

채플린은 공로상을 받으면서 12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카데미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브로드웨이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극장은 찰리 채플린이 건축 자금을 대 1931년 '시티 라이트' 개봉일에 맞춰 오픈한 극장이다.

1994년 이후 대중에게는 폐쇄됐지만, 그 호화롭고 웅장한 내부는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블랙 스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영화] DTLA, 영화와 함께해 온 역사

◇ '세기의 커플'을 탄생시킨 영화 촬영지
1911년 지어진 영화관 '팰리스'와 1930년대 월트 디즈니가 단골이었던,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카페테리아 클리프턴스를 지나 7번가를 따라 다시 힐 스트리트로 올라오면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보석 상가가 나온다.

5천 개의 보석 상점이 모여 있는 이곳에 있는 '다이아몬드' 빌딩은 원래 워너 브러더스의 영화관이었다.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워너'(WARNER)라고 새겨진 글자를 확인할 수 있고, 사진 촬영이 금지된 상가 내부로 들어가면 당시 화려했던 극장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다시 퍼싱 스퀘어까지 올라가 6번가에서 좌회전해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 바로 옆 건물인 퍼시픽 뮤츄얼에서 잠시 멈췄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평범한 사무실로 보이지만 1908년부터 1928년까지 지어진 세 개의 건물이 이어진 보자르 양식의 유서 깊은 건물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세기의 커플 '브란젤리나'(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를 탄생시킨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에서 앤젤리나 졸리가 외벽을 타고 내려왔던 그 건물이다.

[영화의 영화] DTLA, 영화와 함께해 온 역사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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