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디지털 스튜디오 ‘흥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콘텐츠 ‘최자로드’.  /CJ ENM 제공
CJ ENM의 디지털 스튜디오 ‘흥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콘텐츠 ‘최자로드’. /CJ ENM 제공
국내 방송계에 ‘TV 뒤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TV에 내보내는 프로그램(콘텐츠)이 아니라 디지털 전용 콘텐츠 제작을 둘러싼 전쟁이다. TV에서 멀어지고 있는 10~20대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익숙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느낌의 캐릭터들이 톡톡 튀는 감성으로 5~10분 길이의 짧은 영상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식이다. TV용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 부담이 적어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스튜디오’ 통해 대량 공급

디지털 콘텐츠 쏟아내는 방송사…'TV 뒤 전쟁' 격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케이블·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이다. 아예 디지털 스튜디오를 세워 콘텐츠를 대량 제작하고 있다.

CJ ENM은 각각의 특색을 살린 5개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2016년 2월 모바일용 음악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M2’ 스튜디오를 처음 만든 데 이어 지난 5월엔 일상 속 재미를 찾는 ‘흥베이커리’ 스튜디오도 설립했다. CJ ENM은 이들 스튜디오를 통해 연간 4000여 편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15~34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튜디오 온스타일’이다. 방송 채널 ‘온스타일’과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이후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한 구독자가 전년 대비 240% 늘어 현재 441만 명에 달한다. 대표 콘텐츠는 ‘알바썰’ ‘좀 예민해도 괜찮아’ ‘연애 강요하는 사회’ 등이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알바썰’은 30화까지 제작돼 3600만 뷰를 기록했다. 젠더 이슈를 다룬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12부작까지 만들어 누적 2300만 뷰를 달성했다. CJ ENM 관계자는 “공식 계정 이외에도 개성공장(뷰티·스타일), 잡원급제(잡·자기계발), 여신담당(건강·성) 등 여성들이 좋아할 각 주제에 대해 별도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관심사별로 세분화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출범한 디지털 스튜디오 ‘흥베이커리’도 출범 5개월 만에 28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가수 다이나믹듀오 멤버 최자의 맛집 콘텐츠 ‘최자로드’, 샘 오취리와 샘해밍턴 등이 진행하는 ‘시파라마켓’을 제작했으며 각각 최고 조회 수 100만 뷰, 80만 뷰를 달성했다.

JTBC는 지난해 7월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출범시켰다. 대표 콘텐츠는 가수 god 출신인 박준형을 내세워 만든 ‘와썹맨’이다. 구독자들이 추천해준 핫 플레이스를 찾아 시민과 함께 거리를 누비는 콘셉트다. B급 감성을 자극하는 멘트들과 자막이 큰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 구독자 수가 132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층 이탈 지상파도 공세 강화

젊은 시청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상파들도 새 먹거리 개발을 위해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SBS는 2016년 6월 출범한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을 통해 지금까지 700여 개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대표작은 ‘양세형의 숏터뷰’로 누적 조회 수 1억 뷰를 달성했다. 10일부터 ‘맨발의 디바’를 선보이며 웹드라마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

KBS의 경우 코미디 전문 유튜브 채널 ‘크큭티비’가 8일 출범했다. 그동안 방송한 다수 코미디 프로그램을 새로운 영상 콘텐츠로 각색해 선보인다. KBS 관계자는 “시대별 개그 코너를 재구성해 색다른 재미와 웃음을 줄 예정”이라며 “기성세대는 물론 새로운 감각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도 즐겨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부터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모모콘’과 공동 제작한 ‘모모문고’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책을 모르는 모바일 세대에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들이 직접 선택한 교양도서를 읽어준다. 구독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MBC는 MBC플러스 유튜브 채널 ‘올더케이팝’을 통해 예능 ‘오 마이 갓돌아이’ 등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모바일 전용 뉴스 ‘14F’도 지난 8월부터 만들고 있다. ‘MBC 14층 사람들’이라는 뜻의 ‘14F’는 제작팀이 매일 3~4개 아이템을 선정해 업로드한다. 주제도 여성, 오피스라이프, 브랜드, 여행 등 기존 뉴스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다룬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