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한국형 시리즈물로 드물게 자리잡은 영화 ‘조선명탐정’ 세 번째 작품이 오는 8일 개봉한다.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년), ‘사라진 놉의 딸’(2014년)에 이어 나온 ‘흡혈괴마의 비밀’(김석윤 감독)이다.

이 영화는 영국 명탐정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의 조선시대 버전 같은 두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 틀에 코미디와 판타지, 호러 등을 뒤섞은 퓨전 사극이다. 내용 면에서도 서구의 뱀파이어와 우리네 한(恨)의 정서라는 동서양 문화를 혼합해 상상의 나래를 편다. 1, 2편에 비해 추리적인 속성은 약해졌지만 웃음과 판타지를 강화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무난하다.

자칭 조선 최고의 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그의 조수인 개장수 서필(오달수 분)에게 수사 의뢰가 들어온다. 멀쩡한 사람이 가슴에 활을 맞고 불에 타 죽는 기이한 사건이 강화도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강화도에 도착한 뒤에도 같은 형태의 살인사건이 이어지고, 정체불명의 여인 월영(김지원 분)이 사건 해결에 합세한다.

월영은 조선시대판 뱀파이어다. 기억을 잃었지만 장정 서넛을 가볍게 날려버리는 괴력을 지녔다. 월영은 흡혈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자신과 끊임없이 싸운다. 월영 같은 미모의 여인은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이야기 전개의 변곡점이면서 반전을 주도해 흥미를 배가시킨다. 김석윤 감독은 “앞선 두 편의 여주인공보다 월영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지만 이야기는 심각하기보다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자기 자랑에 정신없는 김민, 그의 허세를 가끔 꺾어놓는 서필의 콤비가 웃음을 준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대사와 유명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들도 웃음거리다. 슬랩스틱 코미디도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김민이 셜록 홈스와 다른 점은 ‘허당끼’가 넘친다는 것이다. 미인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적과의 싸움에서도 얻어맞기 일쑤다. 살인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월영의 개인사와 권력 암투가 횡행한 조선 궁중정치의 민낯이 드러난다. 위정자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타인을 거짓으로 파멸시키고, 백성이 치세의 근본이란 진리도 기존 권력의 저항으로 무력화되고 만다. 월영이 대변하는 조선시대 뱀파이어들은 한의 결정체다. 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진정한 해원(解寃)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의 처지로 돌아가 진실하게 참회할 때 이뤄진다고 역설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