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의 '빨간책 소동'과 함께…명품 단막극이 돌아왔다
방송계에서 단막극은 ‘드라마의 꽃’으로 불린다. 수익성보다는 작품성을 더 중시하고, 연속극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마음껏 시도할 수 있어서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지상파 방송에서는 KBS ‘드라마스페셜’만 단막극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25일부터 ‘2016 KBS 드라마스페셜’이 시작된다. 2TV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40분부터 총 10회 방영한다. 첫 편의 제목은 ‘빨간 선생님’. 1985년 시골의 한 여고에서 야한 ‘금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지난해 단편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입상한 작품이다.

여고생 순덕(정소민 분)이 다니는 학교에는 학생들 모두가 싫어하는 노총각 선생님 태남(이동휘 분)이 있다. 한창 성적 호기심에 들떠 있는 여학생들에게 태남은 고루하고 변태 같은 선생의 상징이다. 어느 날 태남은 동네 서점에서 ‘빨간책 1권’을 발견한다. 이 책은 순식간에 여고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다음 권에 계속’이라고 끝나 버리는 1권. 순덕은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을 위해 직접 2권을 쓰게 되고, 태남은 이를 묵인한다. 금지와 탄압의 시대에 금서를 둘러싸고 ‘빨간책 소동’이 벌어진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이동룡 역으로 열연한 이동휘의 지상파 첫 주연작이다. 학생들과 대립하는 노총각 선생님으로 변신해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캐릭터를 그려낼 예정이다. 1980년대 여고생 순덕으로 변신한 정소민은 JTBC 드라마 ‘디데이’에 이어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다. 드라마를 만든 유종선 PD는 “극본을 볼 때부터 떠오른 사람이 이동휘여서 0순위 캐스팅 후보와 함께 작업한 셈”이라며 “두 주역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날개를 활짝 펼쳐줘서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정소민은 이 작품을 위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고, 여고생처럼 앞머리를 냈다. 그는 “‘반골 기질’이 있는 학생이라 그에 어울리는 머리를 했다”며 “(빨간책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극본이 완성된 상태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막극은 배우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동휘는 “단막극에서만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소재가 좋았다”며 “짧기 때문에 더 집중력 있게 연기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스페셜은 ‘빨간 선생님’에 이어 사랑하는 사람을 사이보그로 만든 여자의 판타지 멜로 ‘즐거운 나의 집’(10월16일), 가톨릭 사제 출신 대리기사의 휴먼 드라마 ‘평양까지 이만원’(10월23일), 자신의 아버지를 의심했던 심리학자의 휴먼 형사극 ‘피노키오의 코’(11월27일)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을 내보낸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드라마스페셜은 진짜 공들여서 완성한, 진정한 의미의 사전 제작 드라마”라며 “다양한 시도로 드라마의 영역을 넓히고 제대로 만든 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 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