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미블' 시청률 수직상승에 SBS '딴따라' KBS '마스터 국수의 신' 등판

수목 밤 시간대 TV를 완전히 장악했던 KBS 2TV '태양의 후예'가 22일 스페셜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태양의 후예'가 한바탕 휩쓸고 떠난 뒤 무주공산이 된 수목극 판에는 기존의 MBC TV '굿바이 미스터 블랙', 20일 방송을 시작한 SBS '딴따라', 그리고 '태양의 후예'의 후광을 등에 업은 KBS '마스터-국수의 신'이 경쟁하게 됐다.

40%에 육박하는 보기 드문 '태양의 후예'의 시청률에 작품을 제대로 알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3~4%대의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야 했던 경쟁 방송사들로서는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다.

◇ "이날만을 기다렸다"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
이진욱·문채원 주연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황미나 작가가 1983년 발표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그만큼 검증된 스토리를 갖췄다.

차지원(이진욱 분)의 복수가 극의 중심이지만 '보고 싶다' '내 마음이 들리니'로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린 문희정 작가가 멜로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3.9%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 14일까지 단 한 차례 6%를 기록했을 뿐 4~5%의 시청률로 고전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의 본방송이 끝나자 14일 10회 3.8%에서 20일 11회 8.1%까지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고, 12회에는 9.4%까지 올랐다.

'태양의 후예' 종영으로 갈 곳을 잃은 시청자가 탄탄한 이야기에 박진감까지 갖춘 '굿바이 미스터 블랙'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가히 '태후 효과'라 할 만하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더욱 깊어지는 차지원과 민선재(김강우)의 갈등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때 형제보다 가까웠던 이들이 원수가 되어 서로 쫓고 쫓기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20부작으로, 아직 8회를 남겨뒀기에 그동안의 굴욕을 만회할 시간도 충분하다.

◇ 지성·혜리 '인생작' 갱신 가능할까…SBS '딴따라'
'태양의 후예'와 동시에 방송을 시작해 맞붙었던 SBS의 '돌아와요 아저씨'는 비·오연서의 활약에 코믹과 감동을 버무린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음에도 '태후'에 가려 2~3%대 시청률을 전전하다 쓸쓸히 퇴장했다.

SBS는 이번엔 KBS와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해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신 한발 앞서 출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제20대 총선 선거 방송 때문에 15회가 결방하자 다음 날 15, 16회를 연속으로 방송하며 드라마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KBS가 '태양의 후예' 스페셜을 방송하는 사이 지성·혜리 주연의 '딴따라'를 등판시킨 것.
가요 기획사에서 잘나가던 제작자 신석호(지성)가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완전히 무너졌다가 '천상의 목소리'를 발견하면서 다시 일어서게 된다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에도 '킬미 힐미'에서 극강의 연기력을 보여줬던 지성과 '응답하라 1988'에서 당돌하면서 싱그러운 매력을 보여준 혜리의 조합에 큰 기대가 모아졌다.

첫 시청률은 6.2%. 아주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돌아와요 아저씨'의 최종회 시청률 2.6%를 떠올리면 기분 좋은 출발이다.

신석호가 정상에서 바닥으로 무너지고 다시 한 번 자신을 일으켜줄 '기회'인 조하늘(강민혁)을 만나 재기를 꿈꾸는 내용이 담긴 1~2회는 온전히 지성의 독무대였다.

극이 진행되면서 혜리와 강민혁, 공명 등 '딴따라 밴드'를 이루는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와 닿게 그려지느냐가 관건이다.

◇ '태후' 인기 등에 업은 KBS 2TV '마스터-국수의 신'
재난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달달한 사랑을 그린 '태양의 후예'의 뒤를 잇는 건 묵직하고 강렬한 복수극이다.

KBS 2TV가 27일 첫 방송하는 '마스터-국수의 신'은 '야왕' '대물' '쩐의 전쟁'을 만든 박인권 화백의 '국수의 신'을 원작으로 한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명장의 음식, 그리고 명장의 자리에 도전하는 이들의 경쟁은 이미 '식객' '제빵왕 김탁구' 같은 드라마를 통해 다뤄졌다.

새롭지 않지만 동시에 흥행력이 증명된 소재다.

'연기의 마스터' 조재현이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훔쳐낸 김길도를 연기한다.

이미 검증된 연기력에 맞춤옷처럼 꼭 맞는 캐릭터를 맡았다.

국수장인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미각'을 무기로 김길도의 가면을 벗겨낼 방법을 찾는 '무명이' 역은 천정명이 맡았다.

원수를 갚기 위해 자신의 이름까지 버린 처절한 인생이다.

'국수의 신'은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시대극이자 격정적인 복수극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묵직한 이야기를 기다려온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예정이다.

KBS는 '태양의 후예'로 오랜만에 찾은 우위를 지키기 위해 특수 촬영 장비를 총동원하고 1천250평 규모의 대형 세트를 짓는 등 풍성한 볼거리도 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