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 배우·작가 함께 하니 쫄 수밖에…연기 디테일 아쉬워"
인기가수 조하문의 아들로 줄곧 캐나다서 자라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원작이 김원석 작가의 '국경 없는 의사회'다.

김원석 작가는 전쟁과 재난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사 이야기를 다루려 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로 이름을 날리는 김은숙 작가가 합류하면서 드라마는 군인과 의사의 휴먼 멜로로 방향을 틀었다.

드라마가 원안대로 진행됐다면 중심부에 섰을 인물이 바로 '피스메이커' 소속 의사 다니엘이다.

대위 유시진(송중기 분)만큼이나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완벽한 남자 다니엘로 분한 배우 조태관(30)을 5일 광화문에서 인터뷰했다.

조태관은 "'태양의 후예' 인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걸 실감 중"이라면서 "제게는 성취감보다는 깨달음과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인답지 않게 차분했고, 말도 막힘이 없었다.

조태관이 '태양의 후예' 출연 제의를 받은 것은 지난해 초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이응복 PD를 비롯한 제작진을 만나 여러 차례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연락이 여러 차례 '끊기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스타 작가와 한류스타 송혜교·송중기가 먼저 탑승한 '태양의 후예' 호에 합류했다.

조태관의 드라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니엘은 주인공이 아니지만, 드라마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인물인 만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배역이었다.

조태관은 "연기 걸음마 단계인" 자신이 낙점된 데 대해 "오히려 백지상태의 연기자라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제작진으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그에게 하나같이 주문한 다니엘 캐릭터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었다.

조태관은 "김원석 작가가 '국경없는 의사회' 의사를 실제로 접한 적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그런 사람에게서 자연히 느껴지는 따뜻함, 부드러움, 다른 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특징을 잘 잡아냈으면 좋겠다고 제게 말씀했다"고 전했다.

김은숙 작가는 조태관에게 '빠다'(버터)를 부각했다고.
"김은숙 작가는 발음만 '빠다'가 아니라 그 캐릭터에 (외국인에게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녹여 달라고 주문했어요.

다니엘이 어머니만 한국인이고 미국에서 자란 인물인 만큼 평소처럼 일부러 한국어도 똑바로 발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포 느낌'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부드러움은 어느 정도 연기로 살린 듯한데 여유로움은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고 자평한 조태관은 "국내 최정상 배우들, 작가와 함께하는 데 쫄 수밖에 없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조태관은 TV로 관찰하는 자신의 연기에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카메라는 제 모습을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양하게 잡잖아요.

그러다 보니 눈 깜빡임 하나 이런 작은 부분을 연기하면서 놓친 게 눈에 들어오죠. 베테랑 배우는 모든 걸 생각하면서 움직이잖아요.

"

특히 고려인 연인 리예화(전수진)와 오랜만에 재회하는 장면이 못내 마음에 걸린 듯 했다.

다니엘은 이 장면으로 시청자에게 신고식을 했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고, 몇 달 만에 예화에게 나타나는 장면인 만큼 좀 더 임팩트를 줬어야 했어요.

또 손짓을 포함해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디테일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
조태관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전수진에 대해 "정말 털털하고 열심히 했던 동료"라고 추켜 세웠다.

우르크에 거주하는 젊은 고려인 여성과 외국을 누비는 한국인 혼혈 남성의 로맨스는 그에게도 이색적이었다고.
조태관은 왕년의 인기 가수 조하문 아들이다.

캐나다에서 줄곧 자란 조태관도 극 중 대사처럼 고려인이 "최수종(태조 왕건 역)이 세웠다가 유동근(태조 이성계)에게 망한 나라" 사람인 줄 알았다고 고백, 인터뷰 도중 웃음이 터졌다.

"요즘 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 단위, 초 단위로 동남아시아 각국과 중국에서 날아온 메시지가 도착해요.

길에서도 사람들이 '다니…'라고 수군대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정말 드라마 인기를 실감합니다.

'태양의 후예' 덕분이기는 하지만, 시청자 응원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