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김원석 작가, 엄청난 콤비 플레이"
"재미있으면 본다는 단순한 진리 확인해 기뻐"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는 이제 '폭발적', '선풍적' 같은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국 시청률 2~3%를 기록하는 지상파 드라마가 즐비한 상황에서 '태양의 후예'는 지난주 33%를 돌파했다.

재난 지역에서 군인과 의사가 함께 사람들을 구하고, 사랑도 꽃피우는 이야기에 혹한 이는 국내 시청자만이 아니다.

주연 송중기를 흠모한 나머지 '송타이타이'(宋太太·송씨 부인)를 자처하는 여성이 많다는 중국을 비롯해 온 아시아가 들썩인다.

김은숙·김원석 작가와 호흡을 맞춰 '태양의 후예'를 이끌어 온 이응복(43) KBS PD를 단독 인터뷰했다.

이 PD는 2002년 KBS에 TV PD로 입사한 이후 '드림하이'와 '비밀', '연애의 발견' 등을 만든 스타 연출자다.

이 PD는 "시청자 반응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짝사랑'처럼 작품을 준비했던 제작진에게 이 같은 사랑은 큰 선물이며 감동"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 PD가 말하는 '태양의 후예' 성공 비결과 제작 과정, 송중기·송혜교를 비롯한 출연진 매력 등을 3차례에 나눠서 일문일답 형식으로 옮긴다.

--'집 나간'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을 되찾아온 소감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이제 시청률 30%는 무리다, 봄은 드라마 비수기다, 대작드라마와 사전제작 드라마 성공사례가 없다와 같은 징크스를 깨고 '사람들은 재미있으면 본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해서 정말 기쁘다.

어떤 소재나 장르든 잘 만들면 통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다른 드라마 제작진에게도 큰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드라마가 대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결정적인 '한 수'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성공 요인은 물론 다양한 재미와 깊은 감동이다.

작가가 잘 썼고 배우가 잘 연기했다.

'결정적인 한 수'라면 김은숙 작가가 '태양의 후예'에 합류했고, KBS에 편성된 것이고, 송중기와 송혜교를 캐스팅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우연처럼 진행됐지만 돌이켜보면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다.

작가와 배우, 제작진 모두가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지만 이미 0순위였던 셈이다.

('태양의 후예'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 없는 의사회'다.

로맨틱 코미디 귀재인 김은숙 작가가 합류, 달콤한 로맨스를 한껏 살리면서 휴먼 멜로가 탄생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김은숙, 김원석 작가와 함께 일하는 것은 어땠나.

연출자가 본 두 작가의 장기는 무엇인지, 의견이 대립할 때는 어떻게 조율했는지 궁금하다.

▲김원석 작가는 아이디어가 많다.

김원석 작가가 아이디어를 많이 펼쳐놓으면 김은숙 작가가 그중에서 특히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내서 귀신같이 재미있게 엮어놓는다.

두 작가는 엄청난 콤비 플레이를 보여줬다.

의견이 상충할 때는 다른 한쪽이 설득될 때까지 계속 회의를 했다.

그러다 보면 의견이 자연스럽게 조율될 수밖에 없다.

두 작가는 정말 지독할 정도로 열심히 썼다.

--'태양의 후예'에 버금가는 막대한 제작비와 톱스타를 투입해도 실패한 대작 드라마가 여럿 있었다.부담이 컸을 법한데.

▲대본과 연기가 좋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성당막사와 지진 오픈세트 제작부터 외국 로케이션 촬영과 지진 구현, 군대, 병원, 고난도의 액션 장면이 많아 고민이 컸다.

표현을 잘하고자 하면 예산이 많이 들고, 표현이 부족하면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른 드라마보다 많은 제작비였지만 이 모든 요소를 한정된 예산과 일정 안에서 배분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