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미키마우스가 있다면 프랑스엔 아스테릭스가 있다. 프랑스의 '국민만화' 아스테릭스는 지난 61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31권이 나와 42개국에서 3억권 정도 팔린 베스트셀러. '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알랭 샤바 감독)는 만화를 영화화한 두번째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개봉 7주만에 1천5백만명을 불러 모았다. 아스테릭스 시리즈는 기원전 1세기께 갈리아 지방 골족의 영웅담이다. 꾀돌이 아스테릭스(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착한 뚱보 오벨릭스(제라르 드 파르디유)가 신비한 물약을 먹고 천하장사로 거듭나 로마제국에 맞선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로마의 카이사르(알랭 샤바)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모니카 벨루치)간의 자존심 싸움에 이들 영웅이 개입해 벌이는 모험을 그렸다. 카이사르가 이집트인의 기술력을 무시하자 발끈한 클레오파트라가 석달만에 환상적인 궁전을 짓겠다고 약속한다. 건축가 누메로비스는 골족의 영웅들에게 도움을 청해 정적들의 방해공작과 맞서 싸운다. 아스테릭스는 로마의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소수민족의 위대성을 보여준다. 유럽문화의 젖줄격인 이집트문명과 로마문명의 캐릭터들이 프랑스어로 말하고 프랑스적 사관을 제시하는데서 프랑스의 문화적 자긍심을 읽을 수 있다. 유럽인들이 이 만화를 함께 즐긴 이유는 문화의 다양성이란 주제를 만화적 상상력과 패러디로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공사장에 동원된 인부가 팝송을 부르고 춤을 추며, 영화 '와호장룡'을 패러디한 공중격투장면에선 중국어 대사로 이끈다. 스핑크스상 앞의 관광지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다를 떨며, 스핑크스의 코에 매달린 오벨릭스의 모험을 통해 스핑크스에 코가 떨어진 이유를 기발한 상상으로 보여준다. 30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