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미로다.


상대의 본심으로 곧장 내닫는 지름길은 없다.


길고 긴 "헤매임의 경로"를 돌아 영혼과 육신이 지치고 지쳤을때 가까스로 닿는 곳이다.


시련의 풍우(風雨)가 지난 뒤에 무지개가 중천에 걸리듯이.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멜로"오버 더 레인보우"(안진우 감독)는 비와 무지개의 이미지를 통해 8년만에 찾는 사랑이야기를 담아 냈다.


복고풍 음악과 무대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인스턴트 연애시대"에도 변함없이 빛나는 사랑의 참뜻을 전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의 미스터리를 푸는 스릴러형식을 빌어 관객들의 긴장감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어느 비오는 날 밤.


기상캐스터 진수(이정재)는 프레지어꽃 한다발을 든 채 누군가를 향해 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사랑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


지하철 유실물센터에서 근무하는 대학친구 연희(장진영)가 우연히 나타나 방황하는 그를 인도한다.


내일의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주려는 유실물센터 직원.


"내일"과 "기억"이 엇갈리듯,이들의 사랑찾기 여정은 참으로 지난하다.


주인공들은 프레지어꽃,빛이 과도하게 노출된 사진,강아지,시계 등 단서들을 이정표삼아 현실과 과거를 오간다.


이 과정에서 진수가 학창시절 연인을 "무지개"(레인보우)로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진수는 연희에게 끌린다.


기억찾기를 그만두고 현실에 머물고 싶은 욕망도 강화된다.


추억의 사랑과 현실의 사랑.


그는 기로에 선다.


타인이 찾아주는 옛사랑의 기억만으로 감정까지 되살릴 수 없을 것이란 절망과 함께.


영화는 막판 반전을 통해 되묻는다.


과거와 현재,이승과 저승의 다른 생에서 만나더라도 다시 불꽃을 피울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사랑의 대상은 단 하나이며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다고.


화면속 과거는 주로 화사한 햇살을 동반한 장면으로 나타난다.


진수와 주변인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형상화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햇살과 함께 찾아온 이들은 진수의 연인이 아니거나 사랑의 감정이 고조되지 않은 상태다.


두 연인이 교감하는 순간은 비오는 장면으로 표현됐다.


교실복도와 진수의 입영전 거리 신(scene)이 그것이다.


반면 현실에서는 주로 비내리는 장면들을 통해 꿈틀대는 사랑의 감정을 포착한다.


이 때문에 작품내용중 60%가 "우중천국(雨中天國)"이다.


고전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의 진켈리의 탭댄스를 진수가 패러디하는 모습도 "비=교감"임을 보여준다.


영화속에서 모든 우중장면이 지난 뒤에야 진수의 옛사랑 "무지개"가 환히 정체를 드러낸다.


비의 시련을 거쳐야만 무지개빛 사랑이 이룩됨을 시사하는 것이다.


"맑은 날에는 비오는 날이 그립다"는 멘트도 비와 사랑의 관계를 은연중에 암시한다.


비와 관련된 음악은 주인공과 관객의 유대를 강화시킨다.


고전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이자 이 작품의 제목인 "오버 더 레인보우"는 무려 4차례나 다른 버전으로 등장한다.


"레인 드롭스 킵 폴 인 마이 헤드"("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은 진수의 기상예보,연희의 집청소 장면 등에 삽입돼 경직된 감정을 누그러 뜨린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