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의 KBS 2TV 주말드라마「내사랑 누굴까」(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가 지난 2일 첫방송을 내보낸 뒤, 여전히 10% 초반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어 집필한 드라마마다 큰 성공을 거둔다는 '김수현 신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 AC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7일 방송된「내사랑 누굴까」의 시청률은 12.7%. 이는 2일 11.7%, 10일 11.9% 등과 비교해 별로 향상되지 않은 수치다. 방영 초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대 최고로 인정받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김수현 작가의 전작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MBC주말드라마「여우와 솜사탕」은 지난 10일 35.4%, 17일 3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내사랑 누굴까」가 예상 밖으로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의 단초는 이 드라마의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김작가 특유의 쉼없이 쏟아지는 '속사포 대사'. 시청자 권영실씨는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잠시의 쉴 틈도 없이 대사를 읊어대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며 "좀 더 차분한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김작가의 남다른 장점으로 여겨졌던 현란한 대사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외면을 받고있는 것. 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갖가지 자극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드라마를 보면서 편안한 휴식을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호PD의「겨울연가」가 빈약한 대사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영상미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것이 최근 시청자들의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전체적인 극의 구조가 김작가의 전작들과 크게 차별화되지않는다는 점은 '올드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으로 지적될 만하다. 전반적인 가족관계의 구성은 90년대 중반 히트했던 KBS 2TV「목욕탕집 남자들」을 생각나게 하고, 중견탤런트들은 대부분 이전 김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던 시기의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식상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김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초반에는 평범한 시청률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작가의 최근작인 SBS「불꽃」(2000년) 또한 방영 초기 10% 초반의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중반 이후에는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래서인지 김작가는「내사랑 누굴까」의 현재 시청률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작가는 "원래 제 드라마 가운데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거의없었다"며 "시청자를 선점하고 있는 MBC「여우와 솜사탕」이 오는 4월 막을 내려야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