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수레무대가 동숭동 대학로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요일 레퍼토리 파르스(Farce.笑劇) 페스티벌'은 국내 연극계에서는 좀처럼만나기 힘든 이색 시도다. 일주일 단위로 매주 4편의 작품을 요일별로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리는 것. 외국 극단의 경우 이처럼 장기간의 연습으로 완성된 몇 편의 레퍼토리를 한꺼번에 관객 앞에 내놓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극단 여건상 어려운 실정이다. 막대한 연습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매일 다른 작품을 올린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례로 지난 7월 연출가 레프 도진과 함께 내한해 공연한 러시아의 말리극장이 있다. 이들은 풍부하게 축적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보통 한 달에 15개 이상의 작품을 올린다. 극단 수레무대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마련된 연극창작실에서 단원들이 합숙훈련을 한 것이 바탕이 됐다. 지방에 둥지를 튼 몇몇 극단과 마찬가지로 2층짜리 건물에서 연습한 것은 물론 주민 상대로 직접 시연회를 열기도 하며 공연을 준비해왔던 것. 또 극단 대표 겸 연출가 김태용씨의 독특한 배우 훈련법도 한몫했다. 김씨는 연기는 물론 악기연주, 노래, 춤 등 모든 것이 가능한 전천후 배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체훈련을 시켜왔다. 덕분에 이번 공연에도 배우들이 직접 라이브 밴드로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 99년에도 한 차례 '요일 레퍼토리'라는 명칭으로 「청혼」「유리동물원」「어린왕자」의 세 작품을 한꺼번에 공연하는 시도를 했던 극단 수레무대가 두 번째로 마련한 '요일 레퍼토리'는 '파르스'를 테마로 했다. 파르스는 중세 도덕극에 삽입된 막간극에서 시작해 이후 짤막한 1막의 독특한 풍자극으로 발전했으며 과장된 표현, 엉터리 소동, 노골적 농담, 개그, 슬랩스틱, 우연성과 황당무계함을 특징으로 위트와 풍자, 해학을 이용한다. 이번에 준비된 작품은 중세 프랑스 파르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삐에르 빠뜨랑」(원제 파틀랭 선생의 소극, 금.토요일 오후 6시.8시, 일요일 오후 3시.6시), 파르스 스타일의 풍자극 「철학자 '구름같은 연기'의 세상보기」(화-목요일 오후 6시.8시), 그리고 역시 파르스 스타일로 꾸민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청혼」(월요일 오후 6시.8시) 등 3편. 여기에 파르스는 아니지만 11월 일본 순회공연을 떠나는「어린 왕자」(금.토요일 오후 3시)를 함께 마련했다. 평소의 레퍼토리 연습을 빼고도 이번 공연을 위해서만 6개월을 준비했다는 배우들이 빚어내는 뛰어난 앙상블과 엉성하고 우스꽝스럽게만 생긴 인형을 생동감 넘치는 인물로 살려내는 연기력 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김동곤, 이인호, 송경하 등 3명의 배우는 작품 4편에 모두 출연하기도 한다. 공연은 28일까지. ☎ 7665-210.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