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지만 연극계는 아직도 ''성벽(性壁)''이 높다.

연극협회에 등록된 1백80명 연출가 중 여성연출가는 불과 24명.

남성위주의 도제시스템이 지배하는 연극계 풍토에 여성들이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해 예술극장 활인(돈암동)에서 열린 ''여성 연출가전''은 여성 연출가들이 자신의 색깔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활인이 오는 6월29일까지 두번째 여성 연출가전을 연다.

올해 주제는 ''한국에서 만나는 프랑스 연극''.

''왕은 죽어가다'' ''펠리아스와 멜리산데'' ''하녀들'' 등 프랑스어권의 정통 희비극 3편을 만날 수 있다.

첫 무대 ''왕은 죽어가다''(19일까지)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카티 라팽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가 연다.

이오네스코가 ''왕''을 주인공으로 써내려간 죽음에 대한 단상들을 비극적인 어투로 풀어낸다.

두번째 무대는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를 나와 단국대·순천향대 겸임교수로 있는 백은아씨가 잇는다.

벨기에 출신의 메테링크가 쓴 상징주의의 대표작 ''펠리아스 멜리산데''(25일∼6월8일)의 국내 초연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어긋난 사랑에 몸부림치는 인간의 다층적인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한후 극단 사다리의 상임 연출가로 활동중인 박정희씨는 ''하녀들''(6월14∼29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제의형식으로 유명한 장 주네의 작품.

마담을 살해하려는 하녀들의 꿍꿍이와 욕망을 플래시백(과거회상)기법으로 그려낸다.

평일 오후 7시30분,토요일·공휴일 4시30분 7시30분,일요일 5시.

(02)923-1090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