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잡는 '카피킬러' 만든 이 회사, 채용 시장 노린다 [긱스플러스]
논문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는 대학생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텐데요. 이 서비스는 자연어를 이해하는 실용 인공지능(AI) 회사라는 슬로건을 내건 무하유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몇 년 전부터 신경쓰고 있는 분야는 채용 시장입니다. 인사 담당자의 번거로운 서류 작업을 자동화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는데요. 신동호 무하유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신동호 무하유 대표 인터뷰
논문 표절 잡는 '카피킬러'로 승승장구
AI가 자소서 검사, 면접 평가도 '자동화'
논문 표절 잡는 '카피킬러' 만든 이 회사, 채용 시장 노린다 [긱스플러스]
"이 문장, 챗GPT가 썼네요."

챗GPT가 만들어 낸 문장을 잡아내는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AI 스타트업 무하유가 개발한 'GPT킬러'는 문장 속 단어와 어순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AI 모델인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한다. AI가 문단 단위로 문서를 쪼갠 뒤 챗GPT 작성 확률을 분석한다. 챗GPT가 만든 문장을 찾아내는 디텍트 GPT 솔루션 중 유일하게 AI가 쓴 한국어 문장까지 잡아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솔루션을 만든 무하유는 '카피킬러'로 잘 알려져 있는 회사다. 2011년 세상에 나온 카피킬러는 AI 기반 논문 표절 검사 서비스다. 100억 건의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논문을 비교해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찾아준다. 웹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서와 비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국내 4년제 대학의 90% 이상에 공급하고 있다. 웬만한 대학생들은 졸업 논문을 쓸 때 카피킬러를 모두 사용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용자만 1000만명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카피킬러는 대학생들의 '필수템'이 됐다고 한다. 트위터에 카피킬러를 검색하면 나오는 반응이라고. 무하유 제공.
카피킬러는 대학생들의 '필수템'이 됐다고 한다. 트위터에 카피킬러를 검색하면 나오는 반응이라고. 무하유 제공.

철학 강의 듣던 공대생


"자소서나 논문에서 인공지능(AI)이 표절을 잡아내는 거요? 사람이 하면 되지, 그게 뭐가 대단한 기술인가 싶잖아요. 근데 사람이 몇 만 건을 일일이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기술로 하나의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지겹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것, 그게 핵심이에요."

신동호 무하유 대표가 말한 회사의 정체성이다. 사명도 장자가 말한 번잡함 없는 이상향인 '무하유지향'에서 따왔다. 언뜻 AI를 다루는 회사라곤 믿기지 않는 이름이지만, 지겹고 비효율적인 업무 부담을 덜어내 '편한'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신 대표는 스스로의 성격을 창업가와는 '먼 스타일'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창업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내성적이고 조용조용한 성격이었다. 혼자 가만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기는 스타일이었다. 연구소 같은 곳에서 일하면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건 있었다. 컴퓨터였다. 1974년생으로 충남 당진 출신인 그는 농사 짓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나중에 '면서기'라도 하려면 주산과 한자를 배우라고 했다. 후에 떠올려보면, 주산은 컴퓨터가 됐고 한자는 '언어'가 됐다고 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그는 공대생이었음에도 문과 과목들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철학과 심리학이 좋았다. 칸트의 인식론에도 푹 빠졌다. 문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 공대를 넘나들며 들은 과목만 4년 동안 200학점에 달했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선 인지과학을 배웠다. 당시 AI는 '붐'이 꺼져가던 시기였다. 대학원 연구 제안서에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부정적 인식이 많아 다른 비슷한 용어로 바꿔 쓸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이 분야를 파보기로 했다.

신 대표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사람들은 '인공'이라는 테크닉에만 관심이 있지, '지능'에는 별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며 "사실 이 '지능'을 구현해내는 게 핵심인데, 자연 지능은 철학과 언어학, 심리학 같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온다"고 했다. 이어 "내가 관심 있었던 컴퓨터와 인문학,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낼 분야가 앞으로 연구할 AI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자가 되지는 않았다. 그가 느낀 대학원의 생활은 논문 실적에만 몰두하는 삶이었다. 대신 SI(시스템 통합) 업체에 취직했다. 포털 '엠파스'의 검색 엔진을 만드는 일을 했고, G마켓의 전신 '구스닥'의 검색 솔루션 구축 업무도 도왔다. 닷컴 버블이 일던 시절 쾌속 성장을 거듭하던 수백 개의 IT 기업을 만났다. 그러면서 느낀 딱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신 대표는 "SI 업체의 특성상 항상 그들을 위해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일을 했는데,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창업에 나선 건 2011년이었다. 우연히 미국 '턴잇인'이라는 표절 검사 웹사이트를 봤다. 전 세계가 이용하는 서비스였지만, 미국 기반 업체인 탓에 영어에 비해 한국어는 매끄러운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판 턴잇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과거 검색 엔진을 만드는 일을 한 덕분에 대용량 처리 분야에 자신도 있었다. 회사의 주요 캐시카우인 '카피킬러'가 탄생한 배경이다.
무하유의 몬스터
무하유의 몬스터

HR 시장 정조준... 첫 외부 투자 받는다


카피킬러가 논문 시장에 집중했다면, 몇 년 전부터 회사가 노리는 지점은 HR 시장이다. 회사는 서류 평가 자동화 솔루션 '프리즘'을 내놨다. 기업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을 자동화해주는 방식이다. 인사 담당자의 일손을 덜었다. AI가 자동 마스킹(숨김) 처리를 해주고, 다른 문서를 베끼진 않았는지 판별해준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소서의 점수도 매겨준다. 신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인사 담당자가 한 사람당 1000개 넘는 자소서를 일일이 읽는데, 아주 비효율적인 과정"이라며 "LG전자, 롯데, 신세계 같은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엔 '몬스터'라 이름 붙인 AI 면접 서비스를 선보였다. AI가 자소서를 읽은 뒤 면접 예상 질문을 생성한다. 지원자별 맞춤형 질문을 제시하고 답변을 평가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단순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넘어 실제 지원자의 답변 내용을 AI가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회사는 설립 이후 한 차례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7억원, 2021년엔 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신 대표는 최근 마음을 바꿨다. 스케일업을 하기로 했다. 바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 나섰다. 이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데, 내달 중 라운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년 안에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생성형 AI라는 키워드에 올라탄 점도 스케일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카피킬러에 다음달부터 적용될 챗GPT 잡는 'GPT 킬러' 역시 생성 AI 열풍을 타고 주목받았다. 신 대표는 "생성 AI로 인해 발생하는 표절이나 저작권 문제를 카피킬러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