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부동산 위기가 촉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요 도심에서 공실률이 증가하게 되자 부동산 가치가 지속해서 내려앉아서다.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부동산 기업 채권 가치가 급격히 축소하고 무더기 파산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부동산 시장 내 거품이 줄어들면서 위기가 도래할 것이란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촉발된 자금난에 금리 인상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 대규모 신용 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 부동산 중개기업 사비스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주요 도시 3곳 부동산 가격은 지난 1년간 30% 이상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년 새 기준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며 불어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줄도산한 탓이다.

신용 위기가 닥칠 거란 불안감에 부동산 기업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유럽 부동산 기업의 주가를 가중평균한 유로스톡스 600 부동산 지수는 2021년 8월 최고점을 찍은 뒤 이날까지 반토막 났다. 1480억달러가 2년 새 증발한 것이다.
유럽으로 번진 부동산 위기…"앞으로 40% 더 하락한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최대 40%로 더 하락할 전망이다. 부채 시장에서 신용 위기가 나타나면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리파이낸싱(재융자)할 때 자산의 평균 50%를 담보로 잡고, 최저 금리도 6%를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신용 위기를 꼽았다. 현재 유럽 내 부동산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중 2026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는 165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중 대부분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전망이다.

재키 보위 채텀 파이낸셜 부동산투자 책임자는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부동산을 헐값에 내다 파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부실기업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