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대란' 눈총 받는 소형 전기트럭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는 2.6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를 접한 많은 전기차 운전자들은 의아해한다. 차주들이 겪는 충전 불편이 보고서의 산술적인 수치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탓이다. 충전할 때 불편의 이유로 비효율적인 충전기 위치와 허술한 시설 관리 등 여러 원인이 지목되지만, 의외로 눈총받는 또 다른 이유는 소형 전기 트럭의 증가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소형 전기 트럭은 작년 연말 기준 8만대를 훌쩍 넘겼다. 이 기간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의 20%에 달한다. 그간 대기오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디젤 상용차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덕분이다. 정부는 전기 트럭 구매자에게 보조금과 충전요금 할인, 각종 세제 혜택에 이어 2004년 이후 신규로 부여하지 않았던 영업용 번호판까지 무상으로 발급했다. 올해도 대당 구매 보조금은 지역에 따라 최대 2350만원에 이르고 전체 보조금 가운데 5만 대는 전기 트럭의 몫이다. 자영업자로선 지나치기 어려운 유혹인 셈이다. 올해 말 소형 전기 트럭의 누적 보급 대수는 13만 대로 예상된다. 1년 만에 무려 62%가 늘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전기 트럭의 배터리 성능이 일반 전기 승용차 대비 상당히 낮다는 사실이다. 1t 전기 트럭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58.8kWh(킬로와트시)로 전기 승용차 대비 70~75% 수준이다. 효율은 3.1km/kWh로, 5.0km/kWh를 웃도는 전기 승용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기 트럭은 제원상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211km지만 화물을 많이 싣기 때문에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20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면 주행가능거리는 더 줄어든다. 결국 충전을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는데, 100kW 급속을 활용해도 80%를 충전하는 데 평균 47분이 걸린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대다수는 50kW급이어서 이보다 두 배가량 긴 90분가량이 소요된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1톤 소형 전기 트럭이 충전기를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반면 소형 전기 트럭 보유자도 속이 터진다. 느린 충전 속도와 짧은 주행가능거리 탓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의무보유 기간이 지나자마자 중고차로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전기가 보일 때마다 플러그를 연결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다른 전기 승용차 운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8시간 넘는 완속 충전기를 쓰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허약한 배터리 성능을 감수하고 전기 트럭을 장만한 생계형 운전자가 졸지에 다른 전기차 이용자들의 눈총을 받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까지 논의되고 있어 차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전기 승용차보다 충전 속도가 느린 전기 트럭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단순 구매 보조금 지급하는 것보다 성능 개선이 근본적으로 훨씬 중요한 이유다. 최근에는 충전 인프라에 부담을 더하는 중국산 저성능 전기 트럭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해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배터리 성능 개선 없이 보조금 정책만 지속된다면 지금과 같은 충전 불편은 대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옳은 방향으로 전기차 보급을 늘려가고 싶다면 성능과 효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부터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사용자 불편을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