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이달 뉴욕 경매에 추정가가 최고 200만달러(26억원)에 달하는 조선시대 달항아리(Moon jar)가 출품된다. 경매 시장에서 15년만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만큼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15일 크리스티에 따르면 이달 2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록펠러 센터에서 한국 고미술풍 경매가 열린다. 대표 작품은 18세기 제작돼 일본에서 발견된 백자 달항아리다. 경매 추정가는 100만~200만달러(약 13억~26억원)로 예상된다. 크리스티는 경매에 앞서 한국, 홍콩에서 사전 공개 투어를 진행하고, 뉴욕에서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투어를 열었다.
크리스티 측은 “최근 15년간 전 세계 경매에 나온 달항아리 중 최고의 조건을 갖춘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살펴 본 달항아리는 높이가 45.1cm로 한 눈에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크리스티는 "동그란 달 모양과 깨끗한 흰색의 바디 컬러를 유지하고 있다"며 "윗부분과 아랫부분도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깨지거나 흠집이 난 부분이 없어 보관 상태가 매우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또 "핸드메이드(수제)로 만드는 달항아리 특성상 크게 만들면서 모양을 아름답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원작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대급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대 들어 진행된 달항아리 경매 중 최고가는 2007년 100만달러(13억원)였다.
뉴욕에서는 달항아리를 비롯해 한국의 고미술 작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항아리 작품도 많지만, 순수함을 상징하는 한국의 백자가 특별함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티 측은 "한국 미술 중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들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며 "경매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는 달항아리 외에 다양한 한국 컬렉션이 공개될 예정이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팔경도’(사진), 박수근의 ‘앉아있는 세 여인’, 백자청화 수화문 각병, 고영훈 작가의 회화 ‘달 2020’ 등도 출품된다. 경매는 21일 뉴욕 크리스티에서 진행된다.
‘아는 사람만 알던’ 한국 근대미술의 매력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21년.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도상봉, 장욱진, 오지호 등 근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이 국가에 기증된 게 이때다. 작품들은 전국 순회전을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선보였고, 방탄소년단(BTS)의 RM이 한국 근대미술의 열렬한 애호가라는 사실은 근대미술의 인기를 더욱 치솟게 했다.오는 29일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리는 ‘케이옥션 3월 경매’는 최근 한국 근대미술의 이 같은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나오는 경매라서다. 이번 경매에는 작품 총 114점(102억원 상당)이 출품된다.때로 고통은 예술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번 한국 근대미술 출품작 중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작품들이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도상봉(1902~1977)의 ‘국화’(1959년, 추정가 1억6000~3억원)는 전쟁이라는 상처를 딛고 화가가 추구하는 미학을 캔버스에 그대로 담아낸 수작이다. 이중섭(1916~1956)이 그려낸 '돌아오지 않는 강'(1956년, 2억~3억원)은 시대를 관통하는 개인적인 슬픔을, 장욱진의 '소'(1953년, 1억8000만~3억원)는 비극을 뛰어넘은 내면의 순수함을 표현한 작품이다.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박수근(1914~1965)의 ‘무제’(1964년, 1억~3억원)는 노상에 앉아 있는 두 남자와 일을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당시 서민들의 일상을 꾸밈없이 담은 이 그림은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유영국(1916~2002)의 ‘Work’(1980년, 3억5000만~5억5000만)는 한국의 자연을 통해 보편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오지호(1905~1982)가 특유의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린 ‘풍경’(2200만~4000만)도 새 주인을 찾는다.해외 작품 중에서는 알렉스 카츠의 대형(가로 243.8cm, 세로 182.9cm) 꽃 그림 ‘Yellow Goldenrod (PA)’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020년 그린 이 작품은 7억~13억원에 출품됐다. 케이옥션은 “대형 캔버스에 시원하게 그려진 꽃들 사이를 걷다 보면 꽃의 아름다움과 찬란함,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온 95세 거장 알렉스 카츠의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 밖에도 야요이 쿠사마와 장 미셸 오토니엘, 아야코 록카쿠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수작이 눈에 띈다. 이우환의 ‘조응’ 4점 세트 작품, 바람 시리즈 작품 2점과 함께 ‘블루칩 작가’로 떠오르고 있는 정영주의 작품 2점, 옥승철의 대형 작품도 눈길을 끈다. 고미술에서는 십장생도와 분청사기박지모란문주자, 창살문삼층장, 이응로의 회화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들이 경매에 오른다.경매 출품작은 오는 18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9일까지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며, 프리뷰 기간 중 쉬는 날은 없다. 경매 참여를 원한다면 케이옥션 회원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또는 전화 응찰, 그리고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9일 당일 경매는 회원에 가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뉴욕은 매년 '창업하기 좋은 도시' 1위와 2위로 꼽힌다. 돈과 인재 등 관련 인프라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시장도 크다. 외국인 창업자가 그곳에 몰리는 이유다. 글로벌 인재가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회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두 지역의 창업 생태계 더욱 건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 지놈은 지난해 한국의 서울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 10위로 선정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의 순위는 계속 올랐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 등이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창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외국인의 국내 창업이 늘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금보다 세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 긱스(Geeks)가 외국인의 국내 창업 동향을 살펴봤다. 외국인의 국내 창업 늘어날까최근 정부와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외국인 국내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해외 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지금보다 다양하고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는 지난달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스타트업과 해외 창업 기업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창업 경진대회 ‘디데이 X 글로벌 리그’를 열었다. 디캠프는 혁신적인 해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각종 사업 혜택, 입주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이번 디데이는 국내 글로벌창업이민센터 오아시스와 싱가포르의 창업지원기관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 센토벤처스, 골든게이트벤처스 등과 마련했다. 총 8개 기업 최종 선발전에 120여 개 기업이 지원해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해외 창업가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얘기다.이번 디캠프의 디데이에 지원한 해외 창업가의 한국 진출 이유는 다양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올랑의 에브루 일디림 대표는 튀르키예 출신이다. 올랑은 영상 및 오디오 자료에 자막 또는 더빙 작업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에브루 일디림 대표는 "K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3년 70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7위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K콘텐츠가 세계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국의 방송사, 제작사,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과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홍콩 리모델링 사업 중개 플랫폼업체 데코만의 베니 리우 대표는 "한국이 혁신적인 면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로 정부가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라며 디데이에 지원한 이유를 설명했다.싱가포르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스타트업 디컨스트럭트 로보틱스 지아 위 종 대표는 "한국은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갖춘 경제 강국"이라며 "디캠프의 지원으로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로봇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우수한 인재도 적극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디컨스트럭트 로보틱스는 글로벌상을 받았다. 국내 창업 걸림돌은앞서 디캠프의 스타트업 보육시설인 프론트원에는 지난달 외국인 기술창업비자 발급처인 글로벌창업이민센터가 입주하기도 했다. 글로벌창업이민센터는 국내 비자 발급하려는 외국인 창업자 대상으로 오아시스 비자 프로그램(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등 해외 창업가의 국내 정착을 돕는 기관이다. 오아시스는 외국인 기술창업비자 취득 및 창업활동 종합지원 프로그램이다. 국내 전문학사 이상 학위 취득(또는 외국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오아시스 프로그램을 통해 80점 이상 수료하고 국내 법인 설립을 완료하면 기술창업비자(D-8-4)를 받을 수 있다.스타트업 지원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도 해외 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우수 인재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 법무부와 협업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비자 발급이 어려워 국내 창업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기부는 법무부와 창업비자 발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비자 발급과 별개로 국내 창업 환경이 외국인에게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급한 기술창업비자는 230여 건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외국인 창업자는 110여 명에 불과하다. 기술창업비자 발급 건수도 적지만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외국인은 더 적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디캠프의 디데이에 지원한 해외 스타트업은 비자 발급 어려움, 한국 내 인적 네트워크 부족, 문화와 언어의 장벽, 구인난 등을 한국에서 창업 걸림돌로 꼽았다. 참 한 가지 더뉴욕 창업 생태계 성장의 비결미국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이어 ‘창업하기 좋은 도시’ 2위로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뉴욕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라고도 불린다. 실리콘 밸리와는 달리 밀집된 도시에 스타트업과 기업, 소비자가 응집돼 시너지 내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은 다양한 스타트업이 실제 경쟁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에 따르면 뉴욕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는 2020년 1470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세계 도시별 평균액(10억5000만 달러)보다 훨씬 크다. 뉴욕 메트로 지역에는 약 5700개, 주 전역에는 약 9000 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도 60개가 넘는다.뉴욕 스타트업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외국인이다. '스타트업 지놈'에 따르면 뉴욕과 인근 지역 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 및 근무자의 50% 정도가 이민자 또는 외국인이다. 뉴욕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이민’이다. 책 <아무도 모르는 뉴욕>에서 뉴욕을 “역동적이고 다양하며 놀라울 만큼 풍부한 사람과 마을의 집합체”라고 표현했다. 지난 10년 동안 70만 명에 이르는 신규 이민자가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은 ‘멜팅 폿(melting pot)’이라고 불리는 이유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중장비와 트럭은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디젤 엔진으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볼보트럭, 스카니아, 아트라스콥코 등의 트럭·장비 회사를 보유한 스웨덴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말뫼의 눈물’로 몰락했던 스웨덴이 전기화 바람을 타고 제조업 패권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파괴’ 오명 광산업도 전동화글로벌 광산업체 글렌코어가 운영하는 서호주 구리광산. 이곳에서는 14t 로더(장비 전면에 대형 삽이 달린 장비)가 부지런히 채굴한 광물을 퍼 올린다. 하지만 이 로더는 탄소를 배출하지도, 소음이 심하지도 않다. 100% 전기 배터리가 동력원이기 때문이다. 이 전기 광산장비가 탄생한 곳은 스웨덴이다. 스웨덴 기업 에피록이 디젤 엔진이 지배하던 광산장비를 최초로 전기화했다.지난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에피록 관계자는 “본래 광산업은 환경 논란이 불가피한 산업이지만 드릴, 로더, 트럭 등 주요 광산장비를 전기화하면서 보다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150년 전 창업한 산업 장비회사 아트라스콥코는 모빌리티·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친환경 조력자로 통한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아트라스콥코가 만든 진공 장비들이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와 부산물을 제거해 팹 내부 환경성과 안전도를 높인다. 전기차 배터리 경량화와 안전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는 가볍고 질긴 알루미늄 소재를 대거 사용하는데 아트라스콥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