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에 핵심 모듈을 공급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섀시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 모듈을 납품하는 것은 2006년 미국 크라이슬러(현 스텔란티스) 이후 두 번째다.

현대모비스는 벤츠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개 종에 섀시모듈을 공급한다. 벤츠는 8월 앨라배마공장에서 GLS 전기차 모델인 EQS SUV 생산을 시작해 올가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엔 GLE의 전기차 모델인 EQE SUV를 생산할 계획이다. 벤츠는 미국에서 내년 최대 4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벤츠 판매량에 따라 수주액이 달라질 수 있어 금액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2018년 하반기부터 벤츠로부터 모듈 납품을 수주받고 약 4년간 개발 과정을 거쳤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4년 전에 수주한 건으로,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계약을 따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가 앨라배마 맥칼라에 완공한 부품공장은 벤츠에만 공급하는 전용 공장이다. 이 회사는 미국 오하이오공장에서 만든 컴플리트 섀시모듈과 미시간공장에서 만든 섀시모듈을 각각 스텔란티스에 공급하고 있다.

섀시는 차량 하부에 조향, 제동, 현가 등 부품을 조립한 부품군을 뜻한다. 섀시모듈은 프레임을 중심으로 이들 장치를 결합한 대단위 부품 조합이다. 차량의 주행 안전성을 결정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 임원급 현지 전문가를 영입해 고객별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수주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중국 지리자동차 등에 전장, 램프, 사운드 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있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은 “모듈 사업은 한 번 공급 체계를 구축하면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진다”며 “더 많은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