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를 개조한 갤러리 카페인 '대림창고'는 성수동 골목의 변화를 이끈 대표 카페로 평가받고 있다. / 출처 대림창고 인스타그램
물류창고를 개조한 갤러리 카페인 '대림창고'는 성수동 골목의 변화를 이끈 대표 카페로 평가받고 있다. / 출처 대림창고 인스타그램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꽁티드툴레아'는 평일에도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낡은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카페 투어족' 사이에선 필수코스로, 인스타그램에 4만7000건의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핫플레이스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19년 말 용산 이태원에서 도산대로로 이전한 뒤 압구정 로데오 상권 부활의 일등공신이 됐다.

도시의 청춘들이 골목 카페를 찾아 온다. 이들에게 카페는 문화가 됐고 커피는 일상 그 자체가 됐다. 서울시 전역에서 카페는 매년 2000여개씩 증가해 총 2만5000개를 넘어섰다. 카페 밀집지역은 '망리단길'(망원동), '송리단길'(송파동), '연트럴파크'(연남동), '힙지로'(을지로) 등 애칭까지 붙여지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골목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매년 2000개씩 늘어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의 데이터를 업종별·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시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2만5224개로 전년 동기 대비 2161개(9.4%)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월 말에 비하면 6216개(32.7%)나 늘었다.

점포 수는 독립 카페가 프랜차이즈의 세 배에 달했지만, 증가율은 프랜차이즈가 가팔랐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6338개로 2019년 6월에 비해 2157개(51.6%) 급증했다. 독립 카페는 3년 전에 비해 4059개(27.4%) 늘어난 1만8886개로 집계됐다.

25개 자치구 중에서 1년 전에 비해 가장 카페가 많이 늘어난 곳은 마포구다. 마포구의 6월 말 기준 커피·음료 점포 수는 2171개로 전년동기비 213개(10.9%) 늘었다. 홍대 근처인 서교동, 서강동을 비롯해 연남동, 상암동 등을 중심으로 카페가 잇따라 들어섰다.

강남구(187개, 7.5%), 강서구(127개,12.7%), 송파구(116개, 8.3%), 성동구(106개,14.0%)도 지난 1년간 카페 수가 많이 증가한 ‘톱5’ 자치구에 들어갔다.

카페 수 증가는 그 지역의 상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헌구 송파구 국제관광과장은 "2017년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 석촌호수 옆 거리에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송파동 이면골목까지 지역 상권이 확대됐다"며 "코로나19 이후 서울 대부분 상권에서 생활인구가 크게 감소한 반면 송리단길은 오히려 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역삼·마포·성수에 카페 밀집

동별로 살펴보면 테헤란로가 있는 강남구 역삼동이 카페 수 1위다. 무려 706개 점포가 몰려있다. 뒤를 이어 '홍대 앞'인 마포구 서교동(673개), 법조타운이 위치한 강남구 서초동(608개), 서울 숲을 끼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452개), 익선동이 속해있는 종로 1~4가동(437개)이 '톱5'에 들었다.

보통 강남과 여의도 등 사무실이 많은 지역에 카페가 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적은 거리에 카페 한 두개가 들어서다 그 일대 상권이 커진 사례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동이다. 1960년대부터 경공업단지로 조성됐던 성수동에 2011년 물류창고를 개조한 갤러리 카페 '대림창고'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어니언'을 필두로 잇따라 카페가 들어섰고, 지금은 식품·패션·명품 브랜드까지 팝업스토어를 내는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성수동은 지난 1년 동안만 64개의 카페가 생겨 동별 카페 증가 수 1위를 차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카페는 단순이 커피를 파는 곳일 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를 만드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카페의 사회적 가치를 주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진입장벽 낮고 폐업 많아

카페는 외식업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10개 외식업종 중 개업률(전체 사업자 대비 분기내 개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커피·음료다. 커피·음료의 개업률은 5.8%로 외식업 평균 3.8%보다 높다. 제과(3.7%)보다는 1.1%포인트 높고 치킨(3.1%), 한식(3.0%)에 비해선 두배에 가깝다.

폐업도 많다. 커피·음료 전문점의 2분기 폐업률은 2.8%로 외식업 평균 2.5%를 소폭 웃돌았다. 커피·음료 전문점의 3년 생존율은 47%, 5년 생존율은 36.5%에 그쳤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