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주요 완성차와의 자율주행 ‘레벨 3’ 기술 격차를 1년 수준까지 따라잡았다고 판단했다. 레벨 3는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자율주행 수준이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격전지’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그동안 기술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자체 평가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로 불리는 통합제어기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연산속도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딱 1년 차이"…현대차, 자율주행 기술 '고지' 보인다

테슬라 모델 3 분해했더니…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전무)은 최근 삼성증권이 주최한 ‘글로벌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그동안 격차가 컸던 자율주행 기술 격차를 1년 수준으로 좁혔다”며 “테슬라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에서 앞서고 있으나 추격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기술 격차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기아는 연말 출시 예정인 G90를 시작으로 내년 출시되는 EV9, 2024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7 등에 레벨 3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 고속도로에서 시속 80㎞까지 자율주행 속도(기존 시속 60㎞)를 높이기로 했다. 향후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로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120㎞까지 높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에서 앞선 테슬라 모델 3를 분해해 기술 격차를 자체 검증했다. 도로 상황에 맞춰 차량 시스템을 제어하는 통합제어기 수는 모델 3에 39개, 아이오닉 5에 50개 장착됐다. 제어기가 많으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제어기간 충돌로 오작동이 나기도 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에 적용된 1세대 제어기 50개의 기능을 합쳐, 2세대 때는 4개만 장착할 예정이다.

2025년 적용 예정인 3세대 제어기는 보디컨트롤, 인포테인먼트, 주행 및 주차 등 3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 제어기는 2~3개 차종에 먼저 적용한 뒤, 향후 전 차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디컨트롤을 하는 도메인컨트롤유닛(DCU)은 현대모비스가 전량 수주해 개발 중이고, 주행 DCU는 HL클레무브가 납품한다. 장 사업부장은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은 초당 144조회 연산(TOPS)하는데, 현대차의 3세대 통합제어기는 연산 능력이 이를 웃돌 것”이라고 했다.

경차보다 비싼 테슬라 자율주행시스템


현대차 자율주행 사업부 인력은 현재 600여 명이며, 연말에 6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엔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포티투닷을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역할을 분담했다.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를 맡는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 백엔드와 서비스를 주로 맡는다. 현대차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은 미국 4~5개 대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이후엔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운영체제(OS)와 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와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연결된 차량) 분야를 맡는다. 미들웨어 소프트웨어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일관적인 작동, OTA 업데이트에 필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테슬라는 다음달 5일 FSD 가격을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로 2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시스템 가격이 경차 한 대 값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생 대신 운전해줄 기사를 고용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금액”이라며 “테슬라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가격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