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체외 진단기기 회사인 랩지노믹스가 국내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PE)에 팔린다.

'진단기기 업체' 랩지노믹스 1840억원에 팔린다
랩지노믹스는 19일 루하PE에 회사 최대주주인 진승현 대표가 보유한 지분 12.7%를 900억원에 매각하고,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총 94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루하PE는 회사가 발행하는 6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와 300억원 규모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94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전체 거래 금액은 1840억원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루하PE는 36% 지분을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창업자인 진 대표는 지분 매각 후 경영에서 손을 뗄 예정이다.

2002년 설립된 랩지노믹스는 분자진단 기반 체외 진단기기 회사다. 코로나 시국에 분자진단 진단키트를 제조, 판매하면서 ‘폭풍성장’했다.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진단시약이 대표 제품이다. 이 제품은 35분 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정확도는 99% 수준이다. 다른 분자진단 제품으로는 두 시간 이상 걸리던 검사 시간을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 제품 대부분은 주로 인도와 아랍에미리트 등 지역에 수출된다.

랩지노믹스는 이 밖에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업도 하고 있다.

실적은 가파르게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331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지난해 2024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 매출 중 진단키트 판매 매출은 720억원으로 30% 이상을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1045억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루하PE는 랩지노믹스의 진단기기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확대 가능성을 내다보고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인도 등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미국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랩지노믹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수탁분석기관인 클리아(CLIA)를 인수해 미국 진단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기존 코로나 진단키트 제조 및 판매 중심에서 다른 진단키트 영역까지 제품군을 추가로 개발해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설립된 루하PE는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다. 약대 출신인 이종훈 대표가 경영을 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PEF 설립 이후 첫 번째 경영권 인수다. 지난해에는 바이오 업체인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프리IPO에 약 200억원을 투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