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돌아온 포켓몬 빵’에서 다시 재미와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돌아온 포켓몬 빵’에서 다시 재미와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추억은 마케팅의 단골 소재 중 하나이다. 우리 주변에는 과거의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이 꾸준히 출시된다. 맥심커피 레트로 에디션, 탄산음료 오란씨 리뉴얼, 복고풍 패키지에 담긴 코카콜라, 삼양라면 더클래식, 돌아온 포켓몬 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추억에 어필하는 마케팅을 특별히 추억 마케팅, 혹은 ‘노스탤지어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왜 추억을 좋아할까? 추억이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마케팅,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할 때 보통 부정적 기억보다 긍정적인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옛날 노래를 떠올리면 과거 그 노래를 듣던 당시의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긍정적 기억’은 해당 제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로 연결된다. 많은 마케터가 노스탤지어 마케팅을 시도하는 이유이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포켓몬 빵의 ‘추억의 소환’ 마케팅을 소개했다.
SPC삼립, 1999년 첫 출시 제품 다시 내놔
포켓몬 빵 마케팅의 콘셉트는 ‘추억의 소환’이다. SPC삼립은 1999년에 첫 출시한 포켓몬 빵을 20여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올 2월 말 포켓몬 빵을 재출시하면서 제품명에 ‘돌아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돌아온 포켓몬 빵’으로 마케팅했다. ‘재출시’라는 면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특히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과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은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가장 많았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품질 개선과 함께 과거의 맛을 재현해 고객들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포켓몬 빵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과거에 있던 제품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추억 소환' 콘셉트 통했다…20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 빅히트
SPC삼립의 경영진과 직원부터가 포켓몬 빵의 팬이었던 점도 포켓몬 빵 재출시의 배경이 됐다. SPC삼립 마케터들은 기획 단계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추억 여행을 선사하자’는 취지로 제품 출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소비자들도 고객센터와 소셜미디어상에 포켓몬 빵을 재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빵에 애정이 있었던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소통하며 2022년 판 포켓몬 빵은 만들어졌다. 이런 계기로 포켓몬 빵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2022년 상반기 기준 소비 시장을 상징하는 최고의 화제작으로 거듭났다.

SPC삼립 관계자는 “포켓몬 빵을 찾는 소비자의 연령대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는 없지만, 자녀 세대와 함께 추억의 제품을 공유하려는 30~40대부터 손자와 손녀의 포켓몬 빵을 구하려는 중장년 세대까지 구매층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포켓몬 빵을 좋아하던 초중고생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고 이들 모두에게 포켓몬 빵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며 “성인이 된 MZ세대에게 초중고 시절은 취업, 결혼, 사회생활 걱정 없던 순수한 시절이었고 그들이 포켓몬 빵을 떠올릴 때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이 소환되기 때문에 포켓몬 빵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마케터들은 식음료 제품과 같은 저관여 제품에서 이와 같은 추억 마케팅이 자주 소환된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저관여 제품의 경우 제품의 주변적 단서, 추억과 같은 기억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특징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작 세계관을 포켓몬 빵에 접목
20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특히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소비재 시장에서 스무 해의 간극을 뛰어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999년에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2022년에 동일 제품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상식과는 다르다. SPC삼립 마케터들이 상식을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MZ로 대변되는 신세대의 취향을 읽어내는 의무는 동일한 세대인 마케터와 연구개발자들에게 부여됐다. SPC삼립의 포켓몬 빵 마케터들은 이 제품을 두고 “포켓몬 빵은 자식과 같은 존재다”라며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복원한 포켓몬 빵과 이를 향한 진심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SPC삼립의 마케터들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원작인 포켓몬의 세계관을 포켓몬 빵에도 접목했다. 띠부씰은 1999년 당시 선보였었던 포켓몬 도감 번호 1번부터 151번까지 담는 것으로 정교함을 더했고, 인기가 높은 포켓몬 캐릭터의 경우 2가지 모양으로 제작해 수집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포켓몬 캐릭터의 시조새 격인 ‘뮤츠’와 ‘뮤’는 포켓몬스터 세계관에서도 매우 희귀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띠부씰 생산량도 희소하게 조정했다.

단순한 제휴와 협업을 넘어 세계관을 그대로 차용한 포켓몬 빵에 대해 소비자들은 줄서기와 구매를 향한 열정으로 회신했다. 마치 포켓몬고(닌텐도사의 게임)를 위해 게임 이용자들이 각 지역을 돌며 캐릭터를 수집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은 포켓몬 빵을 찾아 집 근처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빵 들어오는 시간’을 파악하고 작전을 수행하듯 구매를 이어 가기 시작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포켓몬 빵은 게임의 방식을 적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전형”이라며 “포켓몬 빵처럼 세대를 아울러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하게 해 줄 수 있는 제품이 또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재미’라는 요소를 핵심 가치로 부가할지를 마케터들은 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