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3개월…예외없는 압수수색 '정답'일까
작년 1월 국회를 통과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 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약 3개월간 시행 중에 있다.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기간이지만 이미 여러 건의 중대 산업재해 사건이 발생하여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현재 수 건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여전히 언론지상에 간간히 중대 산업재해 발생 소식을 접하고 있다. 중대재해에 관하여 아직 완결된 수사 또는 재판 사례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성급한 감은 있으나, 사건 현장들을 직접 접하면서 필자가 느낀 소회들을 몇 가지 두서 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다만 아직 중대 시민재해에 관한 사건은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없고 중대 산업재해 위주로 법 적용 및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중대 산업재해에 관한 사항들로 기술한다.

첫째, 시행 후 6개월 동안은 과연 중대재해 처벌법을 제대로 의율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중대재해 처벌법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것이 중대 산업재해에 관한 요체로 볼 수 있는데, 동 조항과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여러 가지 의무들 중 상당수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등이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령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의 마련(법 제4조 제1항 제1호, 동 시행령 제4조 3호), 종사자 의견 청취(동조 7호),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등에 관한 매뉴얼 마련 및 점검(동조 8호), 도급, 용역, 위탁 등에 관한 기준 마련 및 점검(동조 9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초기인 현재 고용노동부가 신청하는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위 3호가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수사 및 재판 실무례가 쌓이지 않아 조심스러운 감은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된 지 아직 6개월이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과연 위와 같이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면 충족할 수 있는 의무들에 대해서도 법 위반으로 의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향후 이에 대한 쟁점이 수사 및 재판 실무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둘째,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거의 예외 없이 사업장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고용노동부의 수사 원칙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그간 고용노동부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거의 예외 없이 사업장 압수수색을 진행하여 왔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강제수사의 방법으로 가급적 제한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물론 범죄혐의에 관한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중대 산업재해 수사에 있어 압수수색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원칙’으로 정하는 것은 자칫 강제수사 그 자체가 징벌로서 활용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수 건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고용노동부로서도 상당한 규모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원칙으로 정하기 보다는 필요한 경우 면밀히 검토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정해 두어 구체적인 사안에 맞게 수사를 담당하는 현장 수사관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 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의 의미에 관한 문제이다. 중대재해 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이란 ①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②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고용노동부는 위 법문상 ‘또는’의 의미는,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실질적으로 동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 위와 같이 ‘또는’의 문의적 의미를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을지 필자로서는 상당한 의문이 있고 이에 현재까지의 수사 실무를 주목하고 있으나 아직 이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구체적인 실무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법상 여러 가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이에 관한 추후 합리적인 법률해석과 법 집행을 기대해 본다.

아직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구체적인 수사 및 재판 실무례가 확립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고 향후로 차차 이에 관한 정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디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을 통해 당초의 입법목적인 중대 산업재해의 획기적인 감소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짧은 소회를 마치고 향후로도 법원의 판례 및 수사기관의 처분 등에 관하여도 주목하여 보고자 한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