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총재 공석 상황에서도 10년 만의 4%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지난 2월 전망한 3.0%보다 낮은 2%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 확산했고 이 여파로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급락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공석인 총재(의장)를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은은 지난해 8월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뒤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연 1.50%로 올라섰다.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말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도 상당 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 위원은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3.0%를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2%대 중·후반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금통위 분위기에 대해 “물가를 보면 (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다”며 “오늘은 물가 상방 위험에 좀 더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물가 상방 위험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함께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은도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발언이 전해진 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급락해 전날보다 0.113%포인트 내린 연 2.888%에 거래를 마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