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오르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5일 서울의 한 빵집에 새로 붙여진 가격표와 함께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범준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오르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5일 서울의 한 빵집에 새로 붙여진 가격표와 함께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범준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 넘게 오른 건 석유류 가격 폭등과 함께 외식 물가가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한 영향이 크다. 밀, 옥수수, 해바라기유의 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급등한 원재료 가격이 외식 물가에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물가, IMF 이후 최대 폭 상승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6.6%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7.0% 이후 23년11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는 생선회(10.0%), 치킨(8.3%) 등의 상승폭이 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 소비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분 누적으로 재료비가 오르면서 외식 물가가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생선회 10%·빵 9%↑…외식물가 24년 만에 최대폭 상승
지난해 말부터 외식업체의 원가 부담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유 가격이 업체별로 5~6%가량 오르면서 우유를 원재료로 한 치즈와 버터, 제과류와 빙과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소주와 맥주 가격은 올해 초 출고가가 인상됐다. 대부분 식당은 소주나 맥주 가격을 병당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최근 5년 평균 대비 137.7% 뛰었다. 옥수수는 102.1%, 콩은 72.0% 상승했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를 반영해 외식 가격을 높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60계치킨은 일부 메뉴 가격을 이달부터 1000~20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커피회사들도 가격을 올렸다.

빼빼로·햇반도 비싸졌다

가공식품 물가도 6.4% 올라 2012년 4월(6.5%)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빵 가격이 9.0% 오르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업체별로 보면 롯데제과가 이달부터 대표제품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월드콘’ ‘설레임’ 등 아이스크림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가격을 1년 만에 다시 인상했다. 햇반 210g 가격은 1950원에서 2100원으로 8%가량 올랐다.

영화 관람료도 인상됐다. CGV는 이달 초부터 티켓값을 1000원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 가격 인상이다. 성인이 주말에 2D 영화를 관람하려면 한 편에 1만5000원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 월 구독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석유류는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31.2% 뛰었다. 지난해 11월(35.5%)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작년 11월 이전에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30%대를 웃돈 것은 2008년 7월(35.5%)이 마지막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을 포함한 공업제품은 6.9% 상승했다. 2008년 10월(9.1%) 후 최대폭이다.

집세는 2.0% 상승했다. 전세와 월세가 각각 2.8%, 1.1% 올랐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2.9% 올라 전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한은 “당분간 4%대 물가 지속”

한국은행은 이날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 주재로 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당분간 4%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지난 2월 나온 한은 전망치(3.1%)를 웃돌 전망이다.

올해 유가 수준이 2월 물가 전망 당시(두바이유 기준 83달러)보다 큰 폭으로 뛴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방역당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이 물가 상승 압박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 수요 측면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강진규/한경제/정의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