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러시아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물류대란으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현지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부품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현지 생산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부터 러시아행 물품 출하를 중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육상·해상 물류가 막히면서 러시아로 부품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긴급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곳에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TV 공급 전반을 책임진다. 당장은 생산에 문제가 없지만, 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 가동 중단은 예정된 수순이다.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는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해운과 철도를 포함한 모든 물류망이 끊겨 부품을 실어보낼 방법이 없어 불가피하게 선적을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 대신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100만달러 상당의 가전제품을 포함해 600만달러를 우크라이나 적십자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오는 9일 예정된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조업 재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류대란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로 재가동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지난 1~5일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량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로 조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세종공업, NVH코리아, 경신 등 러시아에 진출한 15개 부품업체는 현대차 공장에 공급해야 할 부품을 제조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37만8000대를 판매해 르노닛산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 러시아는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5%를 담당하는 주요 시장으로 포기할 수 없다”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강경민/송형석/김형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