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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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주부 박미진 씨(41)는 최근 아이들과 용돈 액수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아이들이 한달 전부터 일주일 용돈을 1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투정을 부려서다. 박 씨의 아이들은 현재 일주일마다 7000원씩 용돈을 타가고 있는데 이 액수로는 준비물을 사고 나면 과자나 아이스크림, 우유 등 군것질을 하기도 버겁다고 말한다.

박 씨는 “워낙 물가가 많이 뛰어 아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도 방과 후 친구들과 편의점을 들를 때마다 간식 가격이 올라 용돈이 부족하다고 아우성들인데 앞으로 물가가 더 뛰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물가 급등에 초·중·고등학생들의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과자와 음료,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용돈을 타 쓰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1020 세대들의 체감물가가 폭등세에 가깝다는 아우성이다. 개학철을 맞아 학부모들과 자녀들의 용돈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 가격이 속속 인상되고 있다. 농심은 이달부터 22개 과자류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새우깡’ 출고가가 7.2%, ‘꿀꽈배기’, ‘포스틱’, ‘양파깡’ 등이 6.3%씩 오른다. 새우깡(90g 기준) 소매점 판매가는 1300원에서 100원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도 이달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투게더’ 소매점 판매가는 5500원에서 6000원, ‘메로나’는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른다.

아이스크림 전문점들도 인상에 가담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도 아이스크림 가격을 평균 8% 올리면서, 컵·콘 기준 싱글 레귤러(한가지 맛)는 3200원에서 3500원으로 300원원 인상됐으며, 더블 레귤러(두가지 맛)는 6200원에서 6700원으로 500원 올랐다. 앞서 수입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도 인상 대열에 합류하며 아이스크림 미니 사이즈가 4800원에서 5200원이 됐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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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하의 먹거리들이 죄다 값이 뛰면서 청소년들은 편의점 한번 들르기가 어렵다고 푸념이다. 경기 분당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5학년생 김유하 양은 “방과 후 친구들과 편의점에 들러 젤리나 과자, 라면 등을 자주 사먹는데 최근 형광펜과 스티커 몇 개를 사니 살 수 있는 과자가 별로 없어 아무것도 못사먹은 적도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교통카드에 용돈을 더 넣어 달라고 했다가 잔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금융플랫폼 아이부자앱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월평균 용돈(2021년 6~12월 기준)은 6만4000원, 중학생 4만원, 초등학교 고학년생(4학년 이상) 2만2300원, 초등 저학년은 1만7500원으로로 조사된다. 초등학생 저학년은 새우깡 하나만 사먹어도 일주일 치 용돈의 3분의 1을 쓰게 된다. 베스킨라빈스에서 더블 레귤러 아이스크림 콘 하나를 사먹는 사치를 부릴 경우 한달 용돈의 절반이 날아간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등포구 한 고등학교 1학년 윤모 양은 “학원을 마치고 가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예습이나 복습을 하는데 최근엔 용돈이 모자라서 잘 가지 못했다”며 “친구들과 종종 사먹던 떡볶이 값도 올랐더라”고 했다. 청소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외식 품목으로 꼽히는 죠스떡볶이 로제크림떡볶이의 경우 지난달 기준 전달보다 28.7% 올라 5000원이 됐다. 햄버거의 경우 맘스터치 불고기버거가 10.0% 올라 3300원을 줘야 사먹을 수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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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음료 가격도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커피빈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도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내세워 청소년 고객들을 많이 끌어모았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머드익스프레스도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주요 음료 메뉴 가격을 올렸다. 스몰 사이즈 기준 카페라떼는 1700원에서 1900원으로 인상됐다.

한 수능 입시학원 강사 정모 씨(30)는 “학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식사 때를 놓쳐 아이들이 근처 김밥집에서 한끼를 떼우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두 학생이 돈이 부족해 김밥을 사먹을까 말까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사준 적이 있다”며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제외하고는 아이들도 어른들과 비슷한 수준의 지출을 하게 될텐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이러다가 돈이 부족한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러 나서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