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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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가치가 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감이 확산되는 흐름과 달리 위험 자산인 위안화가 가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된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결과다.

2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124위안 내린 6.3222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0.19% 올랐다는 것이다. 위안·달러 기준환율은 2018년 4월 25일(6.3066위안) 이후 약 3년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원 환율은 1위안당 190.41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38% 상승했다. 시장환율제로 변경된 2016년 1월1일은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작용했다. 지난달 27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을 배제하기로 했다. SWIFT 퇴출은 달러, 유로 결제가 막힌다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가 해외에 천연가스와 물품 수출대금 회수가 차단되는 것은 물론 금융거래도 전면 막힌다는 의미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에 접근하는 길도 끊긴다.

지난해 말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6306억달러로 세계 5위다. 외화보유액 가운데 위안화 표시 자산은 13.1%로 세계 주요국의 위안화 자산 보유 비중을 웃돌았다.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은 16.4%에 머무른다. 미국의 제재 위험에 대비해 달러, 유로 등의 보유 비중을 낮추고, 위안화 통화 비중을 높인 결과다. 2017년 러시아 외화보유액 가운데 달러화와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각각 46.3%, 0.1%였다.

러시아가 달러 결재선이 막힌 만큼 중국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SWIFT 대응 수단으로 자체 결제 시스템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은 후에 외화 보유액 배분을 다변화하면서 위안화 보유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매년 기록적 수출 실적을 쌓는 것도 위안화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위안화는 작년부터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미국 중앙은행(Fed)이 본격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해 올들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위안화 강세를 꺾을 변수로 꼽힌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걸쳐 인하해 연 3.85%에서 연 3.7%로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작년 4분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물경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적절히 사용해 유동성을 합리적 수준으로 금융시장에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