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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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도 논란이 계속되지만 지금 국회로 가 있는 2022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몇 가지 중요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연초 벽두부터, 실제로 논의로만 보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지만, 구체적 논의가 시작됐으니 ‘1월 추경’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1월 추경은 71년만이다. 1951년 전쟁 통의 추경 이후 1월은 처음이다. 올해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게 지난해 12월인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 추경을 편성하는 게 쉽게 설명이 될 수 있을까.

장기화되는 코로나 충격에 따른 피해 업종 지원의 필요성이 그만큼 컸다고 치자. 그래서 부득이 추경을 짜서 예산을 더 풀더라도 정도껏 해야 할 것 아닌가. 정부가 욕까지 단단히 먹으면서 14조원으로 편성했는데, 35조, 50조원으로 늘리라는 무리한 요구가 길게도 이어지고 있다. 황당한 국회다. 이름도 긴 두 개의 상임위를 거친 국회의 안은 54조원으로 뻥튀기됐다.

뻔뻔한 여당이 앞장서고, 줏대 없는 야당이 야합한 결과다. 여당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의 지방 총선거를 의식한 여야 국회는 이런 대목에서 책임감이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지만, 3~4류 정치를 합리화 합법화하는 퇴행의 선거는 나라 발전에 걸림돌이다.

◆‘약 주며 더 큰 병 주기’식은 곤란… 선거는 민주주의의 블랙홀인가

금권 선거, 돈풀기 경쟁이 뻔히 보이지만 백번 양보해 코로나로 피해가 큰 자영사업자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어떤 효과, 어떤 실리가 있을까. 자영업자가 받게 될 얼마의 현금과 늘어나게 될 이자를 내다본다면 그런 말, 결코 함부로 못할 것이다.

지금 재정 여력으로 보면 정부는 앞으로 상당 기간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꿔가야 한다. 김부겸 총리가 국회에서 답변한 그대로, 몇 십 조원 돈이 어디서 툭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면 국채시장, 채권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지난 8일 국채 시장의 요동을 그런 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야가 추경을 35~50조원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바로 그날이다. 국채(국고채) 금리는 이날 하루에 0.066% 급등했다. 2018년5월15일(연 2.312%)이후 45개월만에 제일 많이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나가는 것에 정부가 상승기폭제처럼 기름을 뿌려대는 격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만 해도, 미국보다 앞서가면서 찬반양론을 유발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필요한 국면이라지만, 늘어나는 대출이자 부담이 걱정되는 게 자영사업자들만이 아니다. 무수한 중소기업, 영끌·빚투를 불사해온 젊은 세대 등 가계의 금융부담도 계속 커질 상황이다.

이런 여건의 자금시장에 정부가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뛰어들면 어떻게 되나. 가뜩이나 오르는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정부발 금리 상승 가속도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자영사업자들에게는 무엇을 도와주는 게 될까. '약 준다며 더 큰 병 주는 꼴'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기준금리 연 1.25%, 담보대출 6%… 차라리 대출금리 산정 회로나 볼 일

안 그래도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보다 은행의 대출 금리의 과도하게 많이 오르면서 계속 기사거리가 되고 있다. 대출 이자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은행으로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길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연 5%를 넘어 6%대로 육박하고 있다. 올 들어 또 올렸다지만, 한은이 두 차례에 걸쳐 올린 기준금리가 연 1.25%인 것을 보면 금융소비자들은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질 만하다. 은행을 비롯한 시중 금융회사의 금리올리기에 민감한 것은 영끌·빚투족(族)만이 아니다. 보통의 가계 가운데 다수가 해당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영사업자나 중소기업은 앞으로 대출 이자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코로나 지원금이 얼마나 집행 될 지 모르지만, 오르는 금리를 보면 실제로 그다지 도움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차라리 여야 국회가, 또는 대선 주자들이 코픽스 금리의 구조와 반영 회로, 은행의 우대금리 적용과정에서 꼼수 여부나 들여다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은행업계의 이런 금리작동 장치에 정치권이, 혹은 대선주자가 마구 논평하고 압력 넣고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워낙 엉터리 공약도 많이 내놓고 있고, 구의회 출마자의 동네 공약 같은 시시콜콜한 공약이 딱할 정도로 넘쳐나기에 하는 말이다.

정부 발 금리 부담 증가요인은 다른 데도 있다. 금융 간섭과 규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에서 금융위원회가 작정하고 대출 규제에 나선 데 따른 후과다. 집값 대책이라고 수없이 내놓았지만 여의치 않자 정부는 지난해 숱한 논란와 우려 속에서도 대출 규제에 거칠게 나섰다. ‘밀어붙이는 금융규제에 실수요자 피해 속출’이라는 기사들이 잇달아 나온 게 몇 달 되지도 않았다. 이때부터 정부 발 금리인상 요인은 생겼다. 2조, 4조씩 거둔 시중은행의 지난해 영업 실적은 다 무엇을 말하나.

◆환율·물가 고공행진, 쌍둥이 적자도 걱정… 앞으로만 위하는 척 ‘쌍끌이 오류’

경제 전반이 다 그렇고, 금융은 더 하다. 한쪽만 보고 밀어붙이면 다른 쪽에서 필시 반사적 부작용이 생긴다. 집값 잡겠다는 정책, 그것도 충분한 공급보다는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의 부작용은 대출 기근을 초래하면서 이자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적자 국채 발행을 불사하는 돈풀기는 채권시장을 흔들면서 금리 인상을 더 자극했다.

가중되는 재정적자에 연초부터 무역수지까지 역조를 보이면서 ‘쌍둥이 적자’라는 말이 우려처럼 나왔다. 거친 대출 규제에 국채 남발로 자금시장을 흔드는 ‘쌍끌이 오류’가 금리를 단기 급등시키는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자영업자를, 영세 중소기업을, 서민 가계를 위한다는 정책 이면의 골짜기가 너무 깊고 어둡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