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해운·화학업계 등 '직격탄'…비용 상승
정유업계도 유가 변동 리스크 커져 긴장 고조
치솟는 유가·원자잿값에 오미크론까지…산업계 '겹악재'에 삼중고
산업팀 = 연초부터 국제유가와 원자잿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주요 광물자원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과 물류비용 상승, 미국 테이퍼링 (자산매입 축소) 가속화와 긴축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치솟는 유가·원자잿값에 오미크론까지…산업계 '겹악재'에 삼중고
◇ 국제유가 7년 만에 최고치…철광석·주석 가격 상승세
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WTI 가격은 전날보다 0.06(0.07%) 상승한 배럴당 88.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여 만에 최고치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도 지난달 31일 기준 배럴당 88.39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광물 가격도 뜀박질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8일 t(톤)당 147.90달러를 나타냈다.

연초 대비 15.34% 상승한 가격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87.20달러까지 떨어진 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지난달 31일 t당 442.30달러로, 연초보다 23.0% 뛰었다.

전자 회로 제조 때 땜납으로 주로 쓰이는 주석 가격은 지난달 20일 t당 4만4천195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물류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세계 1위 주석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신규 수출 허가 제한으로 재고량이 급감한 탓이다.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국제유가는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배럴당 120달러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상 운임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5천10.4를 기록했다.

SCFI는 지난달 7일 역대 최고치(5천109.6)를 찍은 뒤 소폭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2천861.7)와 비교하면 75.1%가량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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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해운·화학업계 등 고유가 '직격탄'
항공업계는 당장 고유가로 연료비 지출이 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작년 연료비는 1조8천억원으로 2020년 1조2천474억원보다 44.3% 늘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되면 약 3천만달러의 손익이 발생한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향후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면 연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헤지'와 유가 선도계약을 통해 유가 변동의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울상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데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랐지만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관련 설비 가동률을 낮추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나프타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며 "수급 상황도 좋지 않아 당분간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도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연료 사용액은 2020년 기준 5천억원이었지만 유가의 지속적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용이 6천8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자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라 물류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LG전자 생활가전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월풀을 제쳤지만, 물류비와 원자잿값 상승 탓에 영업이익에서는 월풀에 밀렸다.
치솟는 유가·원자잿값에 오미크론까지…산업계 '겹악재'에 삼중고
◇ 자동차 업계, 반도체 수급난에 유가 급등까지…생산·판매 위축 우려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유가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 가격 상승 압박이 강해지면서 생산·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는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는 반도체 수급난이 자동차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철광석 및 석탄 가격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잘 반영되는 편이지만, 원가 상승이 제품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1~2분기 정도 걸려 이 기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는 수급 계약을 얼마나 장기적으로 맺었는지가 중요하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는 단기 계약 비율이 높아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유사들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오르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실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며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정제마진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1월 넷째 주 기준 6.4달러로,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지정학적 리스크가 갑자기 해소되거나 석유 공급량이 급증해 국제유가가 다시 추락하면 막대한 재고 관련 손실을 낼 수 있어 정유사들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