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인상에 대출자 1인당 이자 30만원이상 늘어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다중채무자 등 취약 대출자 타격"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올리면서 3개월 사이 기준금리가 0.5%에서 1.00%로 0.5%포인트 뛰었다.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딱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6조원 넘게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더구나 내년 수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다중채무자나 20·30 세대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등 타격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1천745조…한은 "다중채무자 등 상대적으로 타격 커"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44조9천억원,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천744조7천억원에 이른다.아울러 9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4.9%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2천670억원(1천744조7천억원×74.9%×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지난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이날 다시 0.25%포인트 인상한 만큼 올해 늘어난 이자만 6조5천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앞서 한은도 국회에 제출한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8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작년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난다.하지만 이 추산은 2분기 말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잔액 등을 적용한 결과로, 최신 가계신용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커진다.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 금융기관의 복원력 변화 등을 살펴본 결과 가계, 기업, 금융기관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이미 1%p 오른 은행 대출금리, 내년에 더 뛸 듯은행은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인상분을 예금금리에는 거의 바로 반영하고, 코픽스(COFIX)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를 따르는 대출금리의 경우 시장금리를 반영해 서서히 올린다.지난해 3∼5월 한은이 코로나19 충격을 고려해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25→0.50%)나 크게 낮추자 같은 해 7월께 은행권에서는 '1%대' 신용대출 금리까지 등장했지만, 이후 대출금리는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 등의 영향으로 계속 높아졌다.여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 속에 개별 은행이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확대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시장금리 상승 폭 이상으로 올린 측면도 있다.그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4∼4.861%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31일(2.52∼4.054%)과 비교해 올해 들어서만 하단과 상단이 각 0.92%포인트, 0.807포인트 높아졌다.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연 2.69∼4.20%에서 3.76∼5.122%로 올랐다.최저 금리가 1.07%포인트나 뛰었고, 최고 금리는 0.922%포인트 급등했다.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4∼4.63%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마찬가지로 작년 12월 말(2.65∼3.76%)보다 하단이 0.75%포인트, 상단이 0.87%포인트 높아졌다.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상에 이어 시장의 예상대로 내년 두세 차례 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최근 '은행이 대출금리를 너무 많이 올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금융감독당국까지 "은행 금리 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한 만큼, 은행들이 지난 9월 이후 무리하게 깎은 우대금리 등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1.0%로 인상하며 '출구전략' 전개 속도를 끌어올렸다. 실물경제가 '코로나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치솟는 물가와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인상의 배경이 됐다. 한은은 내년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 '긴축 모드'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로금리 시대' 1년8개월 만에 막내려 한은은 지난해 3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당시 인하로 사상 처음 '0%대 금리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인상하면서 0%대 초저금리 시대는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한국 경제는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한은의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의 배경이 됐다. 기준금리를 높여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려는 계산이다. 주요 물가지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상승하면서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는 지난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8.9%나 뛰었다. 이 같은 상승폭은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이번 금리인상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지난 8월 금리인상에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불었다. 지난 9월 말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844조9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36조7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2분기(43조5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올 1분기(36조7000억원)와는 비슷했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 묶였던 은행들이 최근 신용·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는 등 가계부채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내년 말 금리전망 연 1.5~1.75%로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1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올릴 것으로 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중반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는 점도 내년 1월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들은 “통상 한 차례 인상 직후 연이어 금리를 높여온 Fed 통화정책에 한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Fed는 2000년 이후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직후 수년 동안 연이어 금리를 올렸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동안 금리를 연 1.0%에서 연 5.25%까지 끌어올렸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한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연 0.125%에서 연 2.375%로 높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 이후 통화정책은 안갯속이다. 하지만 이승헌 부총재와 조윤제·임지원·서영경·박기영 금통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만큼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1.5~1.7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 8월 0.75%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지난해 5월에 사상 최저인 연 0.5%로 추가 인하했다.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